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심한 피해를 보는 나라가 인도일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제기됐다.

 

세계은행 부총재 출신이자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인 니컬러스 스턴 경은 뉴델리에서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어 "기후변화는 인도의 농업생산 감소와 자연재해 빈발,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의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고 현지 언론이 7일 보도했다.

 

스턴 경은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월 발표한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란 700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향후 50년간 기온이 섭씨 2~3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인물이다. 그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이미 인도에서 몬순이 시작되는 시기와 강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가뭄을 장기화시키는 등 '이상몬순'을 유발하고 있다.

 

인도에서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고 농업생산의 70%는 몬순 강우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상몬순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지금보다 2~3% 상승하면 인도 농업생산은 최소 9%에서 최대 25%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말라리아나 뎅기 등의 박테리아성 질병이 모기가 살지 않았던 고지대까지 확산된다. 이런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면 결국은 생산성의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버리면 갠지스강의 수량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인도인 5억명을 먹여살리는 갠지스강은 건기에 강물의 70%를 히말라야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수원이 고갈되면 이들 인도인은 대재앙을 맞게 된다. 게다가 빙하가 녹으면 방글라데시에서 홍수가 발생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생활터전을 잃은 방글라데시인들이 대거 인도로 건너오면서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마저 있다.

 

스턴 경은 온실가스의 75%를 배출하는 선진국들이 주범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가장 빨리, 가장 심하게 타격받는 곳은 후진국이라는 점에서 기후변화는 결코 공평한 절차가 아니라고 꼬집고 "기후변화를 막는데 필요한 비용의 대부분은 선진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글로벌 갈등ㆍ협력' 연구소의 제프리 빈센트 환경연구국장 등 연구진은 최근 인도에서 쌀 수확량이 줄어든 근본적인 원인이 대기오염이라고 지난 5일 밝혔다. 연구진은 벼가 잘 자라려면 적절한 양의 비가 내려야 하고 밤 기온이 내려가야 하는데 인도의 경우 대기오염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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