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의 최근 행보를 보면서 부족한 논리와 동정심 만으로는 사람들을 설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느낄 수 있었다.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도입에 대한 완강한 반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확실한 근거는 내놓지 않은 채 일단 반대한다는 목소리만 내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가짜·탈세석유 유통근절 대책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주유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들은 참석자들의 쏟아지는 공격성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세미나에는 문신학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과장, 오영권 한국석유관리원 처장을 비롯해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 이은영 소시모 기획처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전체적인 분위기가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 두 단체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가짜석유 문제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은 참석자들의 공분을 샀다. 좌장을 맡은 송보경 소시모 석유시장감시단 단장이 이들이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하는 것을 답답해할 정도였다.

왜 이런 분위기가 연출됐을까. 이들은 소시모 세미나의 단골 참석자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 현장의 시장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고 거세게 나오자 이들은 동정표를 받았다. 영업이익률이 타 업종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어려운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가짜석유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입장이 애매해졌다. 이들은 지경부와 석유관리원이 가짜석유를 잡기위해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도입을 추진하자 가짜석유 근절에는 찬성하지만 시스템 도입은 반대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제기한 반대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이다.

이 세미나에서 김문식 회장은 "전산시스템 도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영업비밀 침해, 잠재적 범죄자 취급 등 업계 부담이 매우 커 수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양진형 상무도 "가짜석유의 유통은 음성적·지능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산시스템으로 가짜석유의 발본색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차원에서 가짜석유를 막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그에 따른 반대논리로 보기에는 근거가 미약한데다, 밥그릇을 보이기 싫어하는 속내를 드러낸 것 같다는 게 주위의 일반적인 평이다.

여기에 가짜석유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듯한 발언도 문제가 됐다.

김문식 회장은 "주유소에서의 가짜석유 취급은 1∼2%에 지나지 않으며 가짜석유는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원해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형유류차 단속, 노상 단속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영권 한국석유관리원 처장은 이에 대해 "주유소를 단속한다고 하니깐 오히려 소비자를 검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어이없어 했고, 이은영 소시모 기획처장은 "주유소에서 가짜석유 취급이 거의 없다고 하지만 오피넷을 보면 브랜드주유소나 심지어 알뜰주유소에서도 가짜석유를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힐난했다.

시스템 도입에 대한 입장이 전체적으로 찬성하는 쪽으로 흘러가다 보니 지경부 및 석유관리원은 사업추진에 한층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문신학 과장은 "전산시스템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야한다"며 "다른 형태로 가짜석유가 유통된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권 차장도 "전산시스템은 석유관리원을 위한 제도가 아닌 소비자와 주유소사업자를 위한 제도로 실제 사업자에서도 62%나 시스템을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 선 사업자단체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가짜석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크다보니 반대 입장인 이들 두 단체가 앞으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눈길을 끌고 있다. 분명한 것은 동정심 유발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가짜석유를 근본적으로 해결할만한 확실한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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