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원자력 안전ㆍ선진화의 일등공신 원자력연

 “에너지 효율성 화석연료의 100만배”
2020년 수송에너지 20% 대체 목표
유가 34$ 이상이면 원자력이 경제적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성장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에너지 확보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 특히 자원빈국 입장에서 에너지 확보문제는 ‘생존’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제 인류는 경제문제, 에너지문제와 더불어 환경문제까지 동시에 고민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를 일컬어 전문가들은 ‘트라이레마(Trilemma) 시대’라고 말한다.


트라이레마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이 높으며 친환경적인 것이다. 최근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춘 차세대 에너지로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원자력 수소’다. 본지는 탄소경제시대를 마감하고 수소경제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원자력 수소란 과연 무엇이며 그 효용성과 시대적 의미를 집중 조명해 본다.

탄소경제시대에서 수소경제시대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거대한 변화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차세대 에너지로 ‘원자력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


‘원자력 수소’란 원자력을 이용해 고온의 열을 얻고, 이 고온의 열을 이용해 물을 직접 분해하여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수소는 지금까지 발견된 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환경 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엄격한 의미에서 수소는 석유나 천연가스, 원자력처럼 에너지원 자체는 아니며 전기와 같은 에너지 담체(Energy Carrier)다. 즉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물질로부터 에너지를 투입해 생산해내야 한다.


◆ 차세대 에너지 ‘수소’를 점령하라

청정에너지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분해와 같은 방법도 있으나 현재로는 경제성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그러나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생산은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수소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원이 전무한 우리나라로서는 원자력과 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은 에너지 안보에 큰 힘이 될 것이 자명하다. 나아가 세계 각국이 직면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원자력 수소는 석유와 가스 등의 기존 화석에너지들을 압도한다. 화석연료보다 열효율이 약 100만배 정도 높다. 또한 현재 거론되고 있는 탄소세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원유가가 배럴당 34달러 이상이면 현재 상업화돼 이용되고 있는 천연가스 증기 개질법보다도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자력 수소를 생산하는 ‘초고온가스로’는 기술적으로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방사선 피폭 가능성이 거의 없고 환경방사능 누출이 적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다양한 자원 이용이 가능해 자원확보가 용이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200~600MW급 중소형 원자로로서 향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무한한 시장이 열려 있어 투자가치 또한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원자력수소 연구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장종화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 수소사업 추진반 단장은 “원자력수소 생산의 목표는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소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전기를 만들어 다시 수소를 생산하는 것보다 약 2배 이상 효율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소에너지의 효용성에 대해 “현재까지 전기자동차의 경우 시속 100km 수준이 한계이나 수소자동차는 시속 약 300km까지 가능하며 향후 500km 수준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향후 빠르면 10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휘발유와 경유 사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수송 에너지 대체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 단장은 “600MW 원자로 1개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를 차량 약 24만대에 수소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1600만대의 차량이 이용되고 있는데, (600MW급) 원자로 25개 정도면 연료전지차량 등을 모두 포함해서 국내 수송에너지의 약 2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수소의 중요성을 선진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3년 전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했으며, 약 20여명의 연구진이 원자력 수소사업 추진반을 구성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원자력이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수소 사업의 최종목표는 산업체와 협동하여 원자력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수소생산을 실증하고, 2020년대에 원자력수소 생산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있다.


2011년까지 약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핵심 연구내용은 ▲출구온도 950℃ 달성을 위한 기술 개발 ▲설계기술 검증, 재료/기기 검증 ▲피복입자 핵연료 국산화 기술 개발 ▲IS 열화학 수소생산 기술 개발 등이다.

원자력수소의 효용성과 경제성이 높은 만큼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기술경쟁이 치열한 실정이다. 원자로 관련 특허기술은 주로 1980년 이전에 등록됐으며 대부분 특허기간이 만료된 것이 대부분이다. 수소 관련 특허는 최근 일본이 특허를 많이 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 국산화’ 원자력이 선도한다

원자력은 현재 국내 총 발전량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발전연료의 수입액은 불과 몇% 수준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경제성을 자랑한다. 또한 주원료인 우라늄의 구입비용이 저렴하고 가격변동성이 적어 안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원자력은 기술주도형 에너지로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실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 경제성에 비해 국민 다수의 동의를 끌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사능 유출로 인한 대형사고의 가능성은 인근지역 주민은 물론 다수의 시민단체들이 반대운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원자력 수소사업 추진반은 그 효용성과 경제성에 앞서 기술적인 안전성과 사업의 투명성에 더욱 중점을 둘 방침이다.


장단장은 “원자력의 효용성과 경제성은 다들 인정하고 있지만, 국민 다수의 동의를 끌어내는 게 우선”이라며 “기술적인 안전성을 입증하고 사업을 투명하게 진행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단장은 “위험성으로 말하자면 석유나 가스, 전기 등 모든 에너지가 위험한 것이 사실”아라며 “단지 원자력이 전기처럼 일상생활에서 접하거나 다룰 수 없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 두려움이 더욱 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국가가 안전부문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고 기술자들이 신뢰성을 보여 준다면 국민의 신뢰와 이해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최영수기자 cy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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