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뒤늦게 건의…방만경영ㆍ국감피하기 의혹

한국전력산하 발전 5개사(중부ㆍ남동ㆍ동서ㆍ남부ㆍ서부발전)가 1000여명에 가까운 직원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산자부는 이들 발전사가 제시한 증원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5개 발전회사가 총 800여명의 증원요청을 요구해 와 현재 관계자들과 내부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1월 중순 이후 뒤늦게 발전사들이 이 같은 건의를 올려 각 회사별로 검토하다 보니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발전사와 얘기가 끝나면 예산처와 협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전 5사는 한전에서 분리한 이후 인건비가 늘어나고 경영효율성이 되레 떨어지는 등 방만경영의 표본으로 비난받아왔다.

 

◆사별 최대 300명 요청=관계자에 따르면 남동발전 등 5개 발전사는 지난달 중순 산자부 전기위원회에 회사당 50~300명에 이르는 증원 요청건의서를 올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가장 많은 인원을 신청한 발전사는 남동발전으로 300여명의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반면 남부발전은 가장 적은 50여명을 신청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증원요청은) 발전소의 특성상 운전인력이나 건설인력이 필요해짐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각 회사 사장의 경영마인드나 신규건설 사업 유무에 따라 요청인원 규모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산자부는 이들의 요청안을 각 회사별로 면밀히 검토한 뒤 연내 기획예산처로 최종 증원규모로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워낙 늦게 요청안이 접수된 터라 내부협의와 부처 간 조율까지 끝내려면 연내처리는 시간이 매우 촉박한 상태다.

 

◆국감 피하기 작전?=문제는 이들 발전5사가 방만경영으로 지적받아 왔다는 사실이다. 산자부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한전과 자회사 임직원은 발전사 분할 이후(2001년) 약 4000명이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해 중순 신청한 380여명의 증원요청도 일부 얻어낸 상태다.

따라서 이번 증원요청은 예산처의 심의를 거쳐 최종 증원규모가 결정되는 것과 관계없이 ‘경영효율성 개선노력은 뒷전에 두고 인력만 보강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져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통상 10월경 예산처와 협의를 끝내는 관행에 비춰 볼 때 이번 요청건은 ‘국감피하기’ 의혹까지 부르고 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내년 중 인력계획에 대해 예산처와 협의를 이미 지난 9월 끝냈다. 그러나 발전5사는 지난달 중순에서야 산자부에 정원 증원계획을 냈다는 것이다. 산업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지난달 1일에 종료된 것을 감안하면 발전사들의 뒤늦은 증원요청은 이래저래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고개 든 방만경영=각 발전사의 최종 보고를 본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발전 5사의 정원은 한전을 제외하고 총 1만60명을 육박한다. 이중 중부발전이 222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서발전 2157명, 남부발전 1976명 순으로 나타났다. 정원이 가장 적은 조직으로 밝혀진 서부발전도 1771명을 넘어선다.

한전의 정원 2만여명을 합하면 전체 발전사 규모는 3만여명에 달하는 거대 ‘골리앗’ 조직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곽성문 한나라당 의원이 주장한 바에 의하면 이들 발전사에 소요된 인건비는 지난 2000년 2664억원에서 지난해 4973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한전과 5개 발전사의 총자본영업이익률은 지난 2000년 5.1%에서 지난해 3.8%로 오히려 감소했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순이익률 역시 5.7%에서 5.3%로 낮아졌다. 사업확장에 따른 인력 확충을 이유로 들더라도 증원요청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로 비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공기업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산업자원부가 아직 내용을 올리지 않은 상태라 요청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우리부는 타부서와의 형평성과 방만경영 부문 등을 엄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분명히 했다. 예산처에 따르면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35조3119억원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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