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025년 이후의 국가에너지 밑그림이 될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다는 전언이다. 원자력 비중을 얼마나 가져갈지, 석탄화력은 이대로 괜찮은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얼마나 늘려잡아야 할지 사안마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가 간단치 않아서다.

더욱이 에너지기본계획은 2년 주기로 수립하는 전력수급계획 등의 하위 계획과는 무게가 다르다. 원별 수급계획이 건물의 공정별 설계도라면, 기본계획은 한눈에 건물의 외형을 조망할 수 있는 조감도에 비유될 수 있다.

어느 한쪽만 보고 건물을 올렸다간 건물의 기능성은 물론 조형미까지 그르치기 십상이다. 최선의 도면을 골몰해야 하는 설계사, 지식경제부의 한숨이 들려오는 듯 하다.

정부의 고민은 건축주 해당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충실히 도면에 반영하느냐에 있다. 최소비용으로 건물을 짓되 집주인이 원하는 바를 경청해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야 한다. 쾌적한 주거환경도 고려해야 하고, 왠만한 재해에도 끄떡없는 안전성까지 생각해야 한다. 저렴한 관리비는 기본이다.

그렇다고 설계사 소신대로만 밑그림을 그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집을 지었다간 입주기간 내내 집주인의 원성을 사기 쉽다. 여기에 갈수록 예측이 어려운 기후변화와 자원조달 여건을 고려해 수십년은 걱정없이 살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막 기본설계를 시작하는 설계사의 손놀림을 지켜보다보니 걱정이 앞선다. 완벽한 도면을 그려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아니면 비전문가인 건축주의 까탈스런 요구를 무작정 다 들어줄 순 없다는 전문가적 소신 때문인지 골방에 들어앉아 문을 걸어 잠근 모양새다.

최근 부임한 설계사무소장격 지경부장관이 소통과 참여을 기반으로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혹시나 내력없이 이것저것 참견할까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입과 귀를 닫은 설계사의 행보는 왠지 못 미덥다. 착공이 임박했다면 오히려 더 많은 얘기를 나눠야 인지상정 아닌가.

먼저 설계사는 건축주의 니즈를 제대로 짚어내야 한다. 후쿠시마 참상을 가까이서 목도한 국민은 과거 어느때보다 안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현 세대의 편의를 위해 다음세대의 가치가 희생되는 것을 마음에 걸려 한다. 그러면서도 가계상황이 여의치 않다보니 기왕이면 저렴한 것을 선호한다.

원자력·석탄화력·신재생 등의 전원비율은 여기에 기초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다음은 비용문제다. 고급자재를 쓰면 건축비가 비례해 상승하기 마련이다.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충분한지, 그렇지 않다면 한도는 얼마인지 묻고 되물어야 한다. 전문성은 이럴 때 필요하다. 도면별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건축공학 측면에서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지도 알려야 한다.

그게 건축주가 만족하는 소통과 참여다. 방법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참여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되 그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면 된다. 세대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면 가족회의를 소집해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도록 하면 된다. 에너지정책 수립에 앞서 전국민이 참여하는 투표도 한 방법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