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 칼럼] 지난 2월 말 중국 국영 석유기업의 하나인 CNOOC(중국해양석유총공사)는 캐나다 석유기업인 넥센(Nexen)사를 151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으로는 최대 규모여서 국제적 관심을 끌었지만, 우리가 더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중국의 국영 석유기업들이 점차 국제 기업으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인수한 넥센은 북해산 브랜트유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버저드 유전의 지분을 43.2%나 갖고 있어 국제 유가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는 광구이다. 특히 이번 인수로 중국은 북해산 원유의 거래시장이나 공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얼마 전에도 중국의 시노펙(중국석유화공집단)은 북해 지역에 51개의 유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탤리즈먼 에너지(Talisman Energy)사의 지분 49%를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에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넥센사의 경영권까지 확보한 것은 중국 국영기업이 국제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석유광구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거에는 주로 정정이 불안하거나 반서방 성향이 높아 메이저들이 투자를 꺼렸던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하였고, 자원외교와 막대한 경제지원, 정치적 후원을 동반하면서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일례로 수단에서는 다르프(Darfur) 학살사건에 대한 UN안보리 경제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가스전 개발권 대부분을 장악했다. 서방에 거부감이 높은 베네수엘라나 투르크메니스탄 등에서는 막대한 오일차관을 지원하면서 광구개발에 진출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해외 자원확보는‘고위험, 고가격’ 전략이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중국의 자원확보 전략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투자지역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자원부국에서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대해 나갔다. 지역다변화뿐만 아니라 좀 더 안전 자산매입에 주력하고 동시에 중국 석유기업들의 기술력이나 국제시장 대응력 그리고 국제 기준의 기업경영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제 기업의 광구자산 지분 매입, M&A를 통한 국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LNG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호주의 LNG 프로젝트 지분을 인수했으며,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 기술확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의 비전통자원 프로젝트 자산을 인수해 왔다. 이번 넥센 인수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엄청난 인수금액뿐만 아니라 국제 기업의 프로젝트 지분을 매입하는 그동안의 방식이 아니고, 아예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여 경영권까지 확보했다는 점이다. 경영권의 확보로 중국은 넥센사가 갖고 있는 광구자산뿐만 아니라 기술과 인력, 정보, 나아가 마케팅 역량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중국의 국영 석유기업들은 국제 기업화를 위해 자체적인 경영구조 개선과 수익지향적인 국제수준의 경영방법 도입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해외 진출 중국 국영 석유기업들을 ‘NIOC(National Oil Company + International Oil Company)’라 불리기도 한다. 국영으로 운영되지만 국제 메이저 석유기업의 경영과 투자전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국제 기업들이 추진하기 어려운 국영 기업의 장점도 계속 살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정부의 자원외교와 산유국 진출을 위한 패키지 전략, 그리고 중국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은 국제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다.

이미 경제규모에서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국영 석유기업들의 변신을 가속화하면서 국제적인 자원패권국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공기업들도 국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과 내부 시스템의 변화를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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