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대통령의 '공공기관장 물갈이' 발언으로 공기업 사장과 감사들이 연일 좌불안석이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일단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한두차례 연임한 기관장들은 교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듯 체념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외할동 비중도 크게 줄였다. 특히 MB정부서 소위 '낙하산'을 탄 일부 감사들은 '교체 0순위' 관측에 상심한 듯 이미 주변정리에 나서고 있다는 공기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반면 전문성을 인정받아 발탁된 내부출신 인사나 'MB코드'와 무관한 인사,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기관장들은 당면한 경영평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내면 시한부 기관장에서 연임 기관장으로 신분을 달리할 동아줄을 거머쥘 지도 모를 일이다. 새 정부 국정목표에 부합하는 중소기업 육성이나 사회공헌 보도자료가 봇물을 이루는 것도 이런 시류와 무관치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매번 최고인사권자의 논공행상 인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공기업들의 태생적 무기력함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정권교체로 인한 혼란이 상대적으로 덜한 이번 정부야말로 대탕평 인사를 착근시키기에 좋은 때다. 출신이나 진영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먼저 보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도 끊지 못하란 법이 없다.

전임 사장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임명된 한전 사장 자리를 놓고도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가 간간이 나오고 있다. 삼삼오오 모여든 직원들은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냐"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지만 "이러다 3개월도 안된 사장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며 수군대는 이도 적잖다.

그런 설(說)의 배후와 임명권자의 진의를 떠나 이는 직원 2만여명, 자회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4만여명을 거느린 한전과 전력산업에 조금도 득될 것 없는 혀놀음이다. 이미 한전은 전 정부에서 두번이나 민간출신 사장이 교체돼 그때마다 내홍을 겪었다. 더욱이 지금은 한전의 존망이 걸린 중차대한 시기다. 판매분할 등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논의되고 있고, 전력시장의 지형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조환익 사장 말대로 '한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강제로 변화당할' 딱 그 처지다. 조 사장은 일전 취임식에서 MB정부시절의 한전을 이렇게 촌평했다. "그레이트 컴퍼니를 하면서 무원칙하게 욕심을 낸 것은 없는지, 위기 징후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구원투수가 혁신한다며 문화에 맞지 않는 혁신이나 따라가지 않는 혁신을 해 오히려 조직내부 갈등이 커지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요즘 한전 직원들의 눈빛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얘기를 안팎에서 듣는다. 소통을, 역발상을, 자발적 쇄신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조 사장의 외유내강형 리더십이 거대 한전을 조금씩, 보기좋게 움직이고 있다. 한전 사장 교체설은 이런 변화의 바람이 한층 속도를 붙인 뒤에 나와도 늦지않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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