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 칼럼]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 방향이 창조경제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로 정리되고,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녹색성장은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아직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직속인 녹색성장위원회를 총리실 직속으로 격하시킨다는 말도 들리고 있어 이번 정부가 녹색 정책을 방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고 있다.

창조경제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어쨌든 창조적 파괴를 통해 경제를 살리자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 현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녹색성장 정책을 푸대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책의 진정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이라는 미명 하에  거대한 콘크리트 사업인 4대강 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국제적으로 녹색이 아니라고 판명된 원전 의존도를 높이는 반면, 재생 에너지 등 정작 경제 기반을 탈탄소화(decarbonize)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배정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녹색분식(greenwashing)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0.8~2.6% 정도 증가하였으나, 정부가 2020년까지 BAU 대비 30%의 감축을 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발표한 뒤인 2010년에는 무려 9.8%나 급증한 것이 이명박 정권의 녹색정책의 허구성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현 정권이 녹색을 격하시키는 것은 전 정권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녹색정책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후변화는 이제 발등의 불처럼 시급한 대응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며칠 전 나온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의 2배이고, 이대로 가면 금세기 말에는 서울 기온이 현재보다 5.5도나 올라가 1년 중 6개월이 여름이 되는 열대지대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진정성 있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후손이 그로 인한 모든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둘째, 세계적으로 녹색 관련 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의 하나라는 점이다. BP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11년 1억95000만 TOE에서 2030년 8억7800만 TOE로 45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체 전력 소비 증가율 134%보다 3배 이상 빠른 증가세다. 영국기업연맹(CBI)가 발행한 “The colour of growth”라는 보고서에서도 영국 녹색산업이 3.3조 파운드에 달하는 세계 시장에서 3.7%인 1220억 파운드로 성장했고, 고용 인구도 100만 명에 달해, 성장과 고용을 동시에 달성하는 분야라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국제 경쟁이 심해지고 있어 정부의 분명하고 지속적인 정책이  있어야 영국의 녹색성장 잠재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셋째 사회를 저탄소로 바꾸는 녹색정책은 그 자체 복지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의 피해를 직접 당하는 농어민을 위한 보험 상품을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설계하여 판매한다면, 그들의 생활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저소득 계층이 많이 사는 주거지역의 낡은 주택을 에너지 절약형 주택으로 바꿔주고, 그 비용의 전부 혹은 일부를 절약된 에너지 비용으로 장기상환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국가 경제를 저탄소로 재조직하는 일은 어느 정부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녹색성장은 비록 실패한 정부의 정책이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잘 살려 쓴다면, 그게 바로 창조경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름이 뭐로 바뀌던,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은 우리 경제의 앞날에 큰 기여를 하는 효자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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