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 계층의 전기요금 폭탄을 없애기 위해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 축소가 전체 전기소비량을 늘릴 것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전기소비를 어떻게든 줄여야 할 판에 전기소비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행 제도를 고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조세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현황과 개편방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6단계 누진제 구간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누진도만 3배로 축소할 경우 저소득층인 하위 1분위 가구의 전기사용량은 3.0% 증가하고 전기료 지출액이 17.6% 늘었다. 바꾸어 말하면 하위 계층의 전기사용량이 늘어날 뿐 아니라 전기요금은 더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반면에 누진율이 낮아지는 상위 7분위나 10분위 가구 역시 전기사용량이 6.7%, 8.7% 각각  증가하며 고소득 가구일수록 전기료 지출액 증가폭은 낮아져 상위 10분위의 경우 전기요금 상승폭은 겨우 4.9%에 그친다는 것이다. 즉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 조금 줄기 때문에 사용량은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일 기본요금과 단일 사용량 요금을 적용하면 원평균 전기사용량은 247kWh로 추정되며 1분위는 3.0% 증가하는 반면 10분위는 8.7%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고 이 역시 저소득 가구일수록 부담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해 1분위 전기료 부담은 30.1% 높아진다는 것이다.

누진제 구간을 3단계로 줄일 경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사용량은 233kWh에서 242kWh, 10분위 가구는 372kWh에서 387kWh 소비량이 증가했고 전기료 부담은 각각 13.9%, 3.4% 늘었다.

결론적으로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간에 전체 전기소비량은 늘어나고 전기 다소비 가구의 부담은 다소 줄어든 반면 저소득계층의 전기료 부담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기 다소비 사용층의 복리는 향상되고 부수적으로 한국전력의 적자를 해소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연구원은 이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전기요금 누진제는 이같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는 저소득 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 등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전기요금 폭탄과 관련 기존 6단계 구간을 3단계나 4단계, 또는 단일 요금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개선이 오히려 전기사용을 조장하는 부작용을 유발하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늘린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도 있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특히 전기 수요를 줄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요를 늘리는 것은 심각히 경계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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