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영(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울산대학교 겸임교수)

지난 10월 영국 정부는 지구온난화가 세계대전이나 대공황에 맞먹는 규모로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 중반에는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여 2억 명 이상의 영구 난민이 발생하고, 미국의 허리케인은 풍속이 10%까지 증가해 피해액이 매년 두 배로 증가하며, 유럽에서는 매년 수만 명이 사망하며, 아마존 열대 우림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될 전망이다.

 

최근 영국의 토니블레어 총리도 “머잖아 기후변화로 매년 전세계 국가의 국내총생산을 모두 합친 것의 5-20%에 해당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은 이런 경고를 내놓기 훨씬 이전인 2000년도에 2010년까지 온실스를 2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지구적 차원의 돌이킬 수 없는 환경 대재앙에 대한 경고와 국가의 생존을 건 기후변화프로그램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제야 지난 11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발족했다. 산업자원부는 이와 동시에 2030년까지 국내 에너지 소비량의 35%를 국내기업이 개발한 에너지로 충당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9% 수준까지 확대하며, 석유의존도를 35%까지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에너지비전 2030’을 발표했다. 여기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우리 기업이 생산통제권을 갖는 것의 비중을 뜻하는 자주 개발률을 현재의 4%에서 35%까지 끌어올리고, 이를 실현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풍력과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률을 현재 2.13%에서 9%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전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계획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이 부문의 기술개발 투자비는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풍력이나 태양열 에너지에 대한 기술 수준도 많이 뒤떨어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교토의정서상 온실가스 감축 의무 국가군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는 제2단계 의무감축 기간(2013-2018년)에 비해 목표달성 년도를 너무나 멀리 잡은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나마 범정부 차원에서 중장기 에너지비전을 선포하고, 기후변화 대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에 관한 국가적 결의를 천명한 것을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문제는 화려한 비전이 아니라 ‘에너지비전 2030’에 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고, 이를 계획대로 수행하기 위한 재원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일이다. 이 길만이 지구적 대재앙에 대비하고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제발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국가에너지위원회의 활동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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