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주자, 공급가 인하·스킨십 영업 등 수성
후발주자, 정부 발주사업 참여 등 적극적 행보

[이투뉴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요즘 피곤하다. 경쟁에서 단 하루도 자유로울 날이 없다.

정유사 간 경쟁도 모자라 최근엔 알뜰주유소를 앞세워 한국석유공사까지 뛰어 들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게 정유사의 현실이다.

치열한 경쟁은 정유사들에게 필연적인 숙명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런 경쟁이 정유사들의 동반상승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이 2011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으로 국가 수출품목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경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석유제품 수출액은 늘었다. 2위 그룹은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 했지만 석유제품만은 독주를 펼쳤다.

해외시장에서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정유사들이 내수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잔잔하던 시장에 후발주자들이 연이어 돌을 던졌기 때문이다.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SK에너지는 요즘 불안하다. 과거에는 선두라는 위치가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직 1위 자리를 넘볼 상대는 없지만 분위기가 안좋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주유소 점유율 33%를 기록했다. 20011년 평균 점유율이 34.8% 였던 것에 비하면 1.8% 포인트가 내려갔다.

자영주유소 숫자도 계속 줄고 있다. 2010년 12월 3721개였던 자영주유소가 2011년 12월 3621개, 작년 10월 3529개로 매년 100개꼴로 줄었다. 지난 1월도 3444개로 80여개가 더 사라졌다.

지속적인 규모 축소는 내수판매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주유소 이탈을 방지해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초 자영주유소에 대해 LED조명 교체자금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약 500만원으로 산정된 각 주유소 당 교체예산 중 절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휘발유 공급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공급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납품하는 가격이다. 공급가격이 낮아지면 주유소는 제품 판매가격을 낮추거나 마진을 더 남기는 등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주유소에 혜택을 주는 것.

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SK에너지의 작년 10월 5주 세전 휘발유 공급가는 리터당 838.01원으로 GS칼텍스 917.64원, 에쓰오일 880.07원 보다 낮았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계속됐다. 1월 1주 리터당 873.94원으로 GS칼텍스 874.86원, 에쓰오일 878.81원 등 보다 쌌다.

이후에도 줄곧 저렴하게 공급하더니 3월 4주에는 리터당 903.31원으로 GS칼텍스 935.46원, 현대오일뱅크 924.59원, 에쓰오일 922.95원에 비해 파격적으로 낮췄다.

점유율 방어를 위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와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사원 숫자를 늘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GS칼텍스

GS칼텍스는 2011년에 비해 지난해 정유부문 시장점유율이 정유 4사 중 가장 많이 하락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작년 점유율은 SK에너지 32.4%, GS칼텍스 26.6%, 에쓰오일 17.9%, 현대오일뱅크 14.7%를 각각 기록했다.

2011년에는 SK에너지 33.4%, GS칼텍스 28.4%, 에쓰오일 16.5%, 현대오일뱅크 14.3%를 나타낸 바 있다. 일년새 정유사간 분위기가 서로 엇갈렸다. GS칼텍스는 특히 1.8% 포인트나 하락했다.

주유소 개수 변화를 봐도 마음고생을 엿볼 수 있다. 주유소협회의 지역별 주유소 현황을 보면 2011년 12월 2720개던 숫자는 작년 12월 2607개로, 1년 사이 100개가 넘는 주유소가 줄었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137개, 80개가 줄고 에쓰오일만 1개 늘었지만 선두 추격의 기회를 잡으려는 GS칼텍스 입장에서는 더 뼈 아프다. 

당시 줄어든 개수는 대부분 알뜰주유소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현황에서 무상표가 748개에서 1056개로 급격히 늘었는데,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를 무상표로 집계한다.

GS칼텍스는 2011년 점유율 30%대가 무너진 이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알뜰주유소 물량공급, 공공기관 유류 공급 등 정부 발주 사업에 적극 뛰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알뜰주유소의 경우 2011년 제1차 입찰에서 적극적인 참여로 물량공급사로 선정돼 1년여간 남부권을 책임졌다. 반면 이번 알뜰주유소 제2차 입찰에서는 낙점받지 못했다.

대신 공공기관 차량용 유류 공동구매 공급사가 됐다. 공공부문은 연간 국내 석유시장의 7.7%를 차지하는 큰 규모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기대했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번 알뜰주유소 2차 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장점유율 회복에 중점을 둔 그동안의 경영방침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높이는 내실경영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내수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 예상을 뒤엎고 알뜰주유소 물량공급 제2차 입찰을 통해 GS칼텍스를 밀어내고 남부권 최종 공급사가 됐다. 

정부가 이번에 내건 물량은 12억 리터로 현대오일뱅크와 나눠서 책임진다. 국내 석유시장 규모 대비 2% 수준으로 에쓰오일의 작년 점유율이 17.9% 였던 점을 감안하면 20%를 바라보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회사차원에서 영업사원들에게 특별지시를 내려 알뜰주유소 기본 물량이 아닌 나머지 물량도 책임질 수 있도록 했다. 알뜰주유소는 50% 물량을 정부가 공동구매를 통해 확보한 것으로 받은 반면 나머지는 사업자 스스로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에쓰오일이 노리는 것은 이 나머지 물량으로, 의무공급량에 이를 합쳐 사실상 알뜰주유소에 100% 자신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20%대 점유율에서 GS칼텍스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변신이다.

내수시장에 큰 욕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던 에쓰오일의 이 같은 노선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아람코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2위 규모의 정제 능력을 갖추고도 내수시장에서 꼴찌를 하고 있는 것을 두고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아람코가 압박했다는 것이다.

자영주유소 개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작년 11월 1790개던 것이 12월 1798개, 올해 1월 1841개, 2월 1850개로 계속 늘었다. 같은 기간동안 다른 정유사가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에쓰오일은 기존 가진의 것을 유지하는 전략에는 확실한 모습을 보였다. 단적인 예로 2011년 12월 1797개던 자영주유소 개수는 이듬해 12월 1798개로 일년새 변동이 없다.

에쓰오일의 변신이 실제 아람코의 드라이브 때문이라면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작년 다른 정유사들 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307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8.3%가 줄었다.

유가변동 확대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실적악화를 걱정해야겠지만 다른 정유사와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업 영업이익이 2791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보다 78%나 감소했다. 매출은 현대오일뱅크에 비해 3배가 넘지만 영업익이은 오히려 낮았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각각 5085억원, 347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제일 장사를 잘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정유사 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것은 고도화 비율이 34.4%로 경쟁사에 비해 최대 17% 포인트나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도화 시설은 고도화율과 관계가 있는데, 싼 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경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상대적으로 고도화율이 높다 보니 유가가 치솟을 때 다른 정유사 보다 정제마진을 더 얻었다는 분석이다.

알뜰주유소 물량공급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등 점유율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점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작년 점유율은 22.3%로 2008년 18.4% 보다 3.9% 포인트나 뛰었다. 이 기간 SK에너지가 36.5%에서 29.8%로, GS칼텍스가 32.4%에서 25.2%로 각각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말 알뜰주유소 제1차 물량공급 입찰에서 최종 낙찰됐다. 이에 따른 효과도 좋았다. 한때 점유율에서 GS칼텍스를 2%대로 추격했다.

최근 끝난 제2차 입찰에서도 현대오일뱅크는 중부권을 맡게 됐다. 이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일단 내수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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