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주민들의 생계가 걸린 대형 호수들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말라 들어가고 있다.

6만9000여㎢의 넓이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담수호인 빅토리아호의 수위는 지난 3년 동안 최소한 1.8m 내려갔고 최근에도 매일 1.2㎝씩 내려가다가 11월에 비가 오고서야 멈췄다.

여기서 북쪽으로 2400㎞ 떨어진 차드호수는 1960년대에 비해 크기가 50분의 1로 줄었으며 케냐 북부의 투르카나 호수는 유입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탕가니카 호수의 수위도 지난 5년 동안 1.5m 내려갔다.

우간다 정부의 기후 자문을 맡고 있는 미국의 국제 수자원 및 에너지관리(WREMI)사가 작성한 미발표 슈퍼컴퓨터 모델 예측에 따르면 빅토리아호수는 물론 이 호숫가 도시 진자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6400㎞를 흘러나가는 나일강의 미래도 ‘크게 걱정스러운’ 정도다.

 

WREMI 보고서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호수에 유입되는 빗물과 강물의 양이 최고 절반까지 증발,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이집트와 수단 등 1억명이 넘는 주민들의 젖줄인 나일강 급수원이 끊길 우려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량이 줄어들면서 한때 큰 화물선들이 닻을 내리던 호숫가 부두에는 큰 배 대신 바닥이 편평한 거룻배들이 주역이 됐고 남획과 오염으로 호수의 물고기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마른 호수 바닥에는 벌써 옥수수 등 작물이 심어졌는가 하면 수량이 줄면서 수력발전 댐의 발전량도 줄어들고 관개시설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호수들이 이처럼 말라가는 원인은 무분별한 농수 끌어대기, 주변 삼림 파괴로 인한 빗물 가두기 효율 저하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 더 큰 이유는 온난화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세기 들어 아프리카의 기온은 섭씨 0.5도가량 올라가 지구 전역의 평균과 비슷한 상승폭을 보였지만 탕가니카 호수 같은 곳의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크게 올라갔고 온실가스량이 점점 증가하면 아프리카의 기온은 금세기말까지 몇도나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빅토리아호 분지에 사는 3000만주민에게 호수는 식량과 물, 운송수단과 전력을 공급해주는 생명의 원천이었으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식으로 삼던 물고기를 비롯한 수많은 토속 어종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호수의 수위가 취수 파이프 아래로 떨어지자 주민에게 공급하는 급수량을 줄였고 우간다에서도 취수 파이프를 물이 있는 곳까지 연장하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져 탄자니아에서는 일부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했고 우간다 수도 캄팔라시는 정전이 일상사가 됐다.

 

그러나 빅토리아 나일강에 세워진 우간다의 2대 수력발전소는 호수 고갈의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 용의자로도 꼽힌다. 지난 2003년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이 두 댐은 최대 전력량을 생산했으며 그 과정에서 호수의 물을 적정량 이상으로 끌어대 고갈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우간다 당국은 이로 인한 영향은 미미하다며 탕가니카 호수엔 댐이 없는데도 비슷한 속도로 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은 탕가니카 호수의 물이 줄어드는 것은 호수 표면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라는 예기치 못했던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호수 온도 상승이 어업 자원 고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학자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만 해도 매우 걱정스럽지만 유엔 전문가 등이 아프리카 호수들의 고갈 원인을 ‘보다 종합적, 현실적으로’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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