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업계 자생 노력에서 비치는 희망의 빛

▲채탄원들이 현대화된 장비를 사용해 채탄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에너지자원은 뭐가 있을까. 정답은 석탄이다.

사전에 나온 정의에 따르면 석탄은 지질시대의 육생식물이나 수생식물이 수중에 퇴적해 매몰된 후 가열과 가압작용을 받아 변질해 생성된 흑갈색의 가연성 암석이다. 석탄은 가연성 덕분에 특히 주목을 받았다. BC 315년 그리스의 과학자 테오프라스토스의 저서 중에 '암석 중에 연소되는 것이 있어 금속을 녹이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는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이후 18세기 산업혁명을 이끌며 핵심 에너지자원으로 급부상한 석탄은 20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자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은 2011년 기준 석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요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전체 발전량의 40% 이상을 석탄화력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자원이 국내에서 생산된다는 것 자체는 에너지안보 면에서 축복일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석유, 가스가 없어도 석탄 덕분에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석탄은 홀대받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적, 환경적 기준에서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석탄과 종말을 고할 때가 왔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과연 석탄의 시대는 끝나가는 것일까. 글로벌 동향을 보면 어둠이 드리워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감지한 관련기업들의 자생 노력에서 희망도 엿볼 수 있다.

◆'석탄' 셰일가스 직격탄 맞다

셰일가스가 뜨면서 석탄은 관심권에서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백년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가스자원(셰일가스)이 있다"며 "셰일가스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미래 에너지 계획은 셰일가스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세계에너지기구(IEA)도 셰일가스의 개발로 가스 황금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미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셰일가스 생산 지역에는 무수한 일자리가 생기며 많은 인구가 새롭게 정착했다. 새 차 구입도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가스 가격이 석유 보다 싸지자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천연가스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10년내 가스 가격이 올라도 휘발유보다 쌀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석탄 소비는 급감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석탄은 화력발전소 핵심연료인데, 석탄발전이 가스발전으로 점차 대체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미국 내에서는 오래된 석탄발전소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가스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 전력생산에서 석탄발전 비중은 50%에서 32%로 준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2035년 미국 에너지원별 발전 비율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열린 제59회 대한석탄협회 정기총회 모습
비단 미국만의 변화는 아니다. IEA는 셰일가스로 인해 세계 에너지자원에서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부터 석탄을 제치고 석유에 이어 2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스 사용 비중은 2008년 21%에서 2035년 25%로 확대되는 반면 석탄 사용 비중은 27%에서 22%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도 장기적으로 가스발전이 석탄발전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1990년 대비 80∼95%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청정화력발전으로 관심 받던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투자의 상당수가 투자비와 오염배출량이 낮은 가스복합발전(NGCC)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자생력 갖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

이 같은 상황만 놓고 보면 석탄의 미래는 암울하다. 세계 5위의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의 입장에서 글로벌 동향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석탄관련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에 우려만 하기 보단 자생력을 갖기 위해 활발한 도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대한석탄협회 제59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2012년도 사업보고와 올해 사업계획이 발표됐다. 보고에 따르면 업계는 변화하고 있는 국제에너지환경과 국내 탄광 상황을 고려해 국내석탄산업의 새로운 활로모색을 위한 적극적인 자구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탄광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추세다. 작년 석탄 생산량은 209만4000톤인 반면 소비량은 242만4000톤으로 앞섰다. 올해도 소비량은 생산량을 추월할 전망인데, 생산량 하락과 탄질 저하는 이 같은 상황을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해당업계는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석탄 부국인 몽골과 해외자원개발 MOU를 체결하고 '2060 해외탄광경영사업단' 발대식을 가졌다.

또 해외자원개발 및 석탄이용기술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인도네시아와 현지 지하광산 공동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석탄의 가장 큰 단점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높은 환경오염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경동 원진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연료와 연소기 개발, 상업화를 진행 중이다.

탄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비해 저급탄 활용방안 수립과 품질향상을 위한 가행광산 간 무연탄 거래 허용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정책적 행보도 늦추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의 활동도 활발하다. 포스코는 저열량탄을 활용한 청정석탄이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저가 석탄을 고온·고압상태에서 합성가스를 생산해 청정연료(오일, 가스 등)을 생산하는 내용이다.

석탄 생산이 줄고 탄질까지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함태탄광 등 폐광 중 유망한 지역을 재개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93년에 폐광된 함태탄광의 경우 가채광량이 1696만톤으로 인근의 가행광산인 장성광업소의 가채광량인 312만톤 보다 많다.

폐광된 광산을 다시 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재채굴에 나서기 위해서는 1989년 시행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의해 개정된 석탄산업법을 다시 바꿔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법에 발목이 잡혀 생산성 있는 탄광을 놔두고 비싼 석탄을 캐는 것은 국가적 비효율이라며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위기상황에서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한 업계의 자구노력이 어둡게 비쳐지는 석탄의 미래를 밝게 비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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