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자체 브랜드 'NH-OIL'로 시장 진출…가격 인하효과·전산시스템 등 주목

[이투뉴스]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는 말은 주유소 업계에도 마찬가지다. 농협주유소가 그 주인공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원조' 알뜰주유소인 셈이다.

알뜰주유소는 싼 기름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겠다는 취지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가격 안정화 효과 등 많은 면에서 농협주유소가 활동해 온 모습과 닮아있다.

그동안 농협주유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별다른 홍보가 없던데다 서울에는 양재동에 1개만 있고 대부분 지방에 있어 농민 등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크게 늘어나면서 농협주유소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확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농협주유소에도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국 495개에 달하는 농협주유소와 손잡고 정유사들과 가격 협상에 나서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알뜰주유소는 개수가 늘어나는 등 순항을 계속하고 있고, 농협주유소는 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게 됐다.

495개 숫자에서 보여주 듯 전국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온 농협주유소를 자세히 알아보고 정부가 추진하는 알뜰주유소 확산 등 석유제품 유통시장 개선방안과 비교해봤다.

◆가격 인하효과 선도…최상위 전산시스템 눈길

농협주유소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유류사업(수탁사업)을 시작했다. 농민들에게 안정적으로 석유제품(면세유)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개수를 조금씩 늘린 농협주유소는 2009년 6월부터 자체브랜드인 NH-OIL을 만들어 사실상 본격적으로 주유소 사업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넘어 농협주유소 물량 결집을 통해 간접인하 효과를 포함한 가격 인하를 유도, 농업인 영농비 절감에 기여하겠다는 의도였다.

농협의 목적은 농민이 생산한 물건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팔 것인가다. 가격이 중요한 소요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싼 기름은 생산비 인하를 통한 생산품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농협주유소의 시장 진출로 인근주유소의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면세유를 기준으로 농협주유소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가격차가 통상적으로 리터당 100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알뜰주유소가 표방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제품을 싸게 팔면서 인근주유소의 판매가격이 낮아졌다고 주장한다. 정유사들이 경쟁을 위해 알뜰주유소 인근에 있는 자신의 폴 주유소에 공급가를 낮추고 있어 동반 인하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농협주유소의 전산시스템은 한국석유관리원이 추진하고 있는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의 모태라 할만하다.

농협은 마트, 공판장, 은행, 주유소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데, 이 모든 것을 전산화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농약 한병을 파는 것까지 중앙 전산시스템을 거친다. 농협 관계자는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는 최상위 전산시스템으로 보면 된다"며 "농협주유소 또한 자체개발 POS를 통해 물량을 전부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농협중앙회가 물량과 함께 유종, 수량, 단가를 일선 주유소에 전달하면 주유기에서 제품이 나가는 순간 POS를 통해 한쪽에서 매출이 다른쪽에서는 매입이 동시계산되는 방식이다.

전국의 모든 농협주유소를 이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니 최소한 이 내에서는 물량을 속이는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농협 관계자는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에서도 농협주유소의 전산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 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전체적인 개요만 보면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은 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농협중앙회는 정유사와 전산연결이 안된 반면 수급보고 시스템은 정부를 기준으로 일선 주유소까지 모두 연결되는 구조다.

수급보고 시스템이 가짜석유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석유제품 흐름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만큼 규모가 더 큰 셈이다.

◆전부 직영으로 운영…브랜드 파워로 승부

농협주유소가 2009년 자체 브랜드를 만든 이후 짧은 시간에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독특한 운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농협주유소에는 개인사업자가 없다. 전부 직영으로 운영된다. 농협이 직원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주유소 소장이 소위 월급쟁이다 보니 운영에 대한 부담이 없다. 고시된 가격으로 제품을 팔기만 하면 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민하거나 가짜석유를 만드는 등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농협은 그럼에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미스러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2∼3년에 한번씩 직원을 교체한다.

농협이라는 타이틀이 가진 브랜드 파워도 연착륙에 힘을 보탰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농협주유소는 소비자가 이용하기가 까다로운 구조임에도 판매는 많다. 싼 가격과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경북 안동사례도 주목할만하다. 안동 농협주유소는 2005년 농협중앙회 계통구매방식으로 유류사업을 시작한 이후 SK에너지 등을 거쳐 2010년 9월1일부터 농협주유소로 전환했다.

전환 과정에서 정유사 폴을 떼, 카드할인 등 각종 소비자 혜택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싼 가격 하나로 승부를 봤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싼 가격과 브랜드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알뜰 참여 고심…대승적 차원서 결정

농협주유소는 알뜰주유소 참여를 놓고 내부적으로 고심이 많았다. 제 길을 잘가고 있는데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점에서 참여에 의의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실제 석유공사와 한 배를 타면서 과거보다 가격이 더 싸진 부수적인 효과를 얻기도 했다.

알뜰주유소와 동맹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동거가 유효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미지수다.

과거처럼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사업목표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협주유소 개수는 495개다. 주유소 426개, 판매소 69개로 구성됐다.

농협은 올해 개수를 500개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설보다는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다. 또 석유제품 취급규모도 작년 1조7700억원에서 올해 2조2000억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농협주유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가격안정화 효과를 해온 만큼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농협주유소는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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