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은 소폭감소·신재생은 두자릿수 확대에 무게
석탄화력은 환경성, LNG는 수급안정성에 발목

▲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원자력 비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신월성 1,2호기.

[이투뉴스] 에너지정책의 근간이 될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정부가 밑그림 구상에 들어갔다. 상반기 공론화 과정을 거쳐 늦어도 연내 기본계획이 확정될 전망이다.

이번 작업을 주도하는 정부의 기본방침은 언필칭 "전력공급의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사회적 수용성 등을 종합력으로 고려해 비중을 정하겠다"이다. 하지만 이는 '백지상태(Zero-Base)'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들 조건을 만족하는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찾겠다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일례로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이 높은 원자력·석탄화력은 환경성과 수용성이 떨어지고, 환경성과 수용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재생은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이 아직 낮다.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면 반대편의 기회비용이 그만큼 상승한다.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격변기 한복판에 놓인 현 상황이다. 에너지 산업은 2008년 1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이후 5년이 흐르는 사이 충격적 사건 속에 그 지형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우선 중흥기를 눈앞에 뒀던 원자력이 후쿠시마 사고로 영원한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현실적 대안이란 수사가 사라지고 '원자력=위험한 에너지'란 주홍글씨만 남았다.

여기에 막다른 길로 내몰린 고준위 폐기물 처리문제도 시시각각 원자력의 존망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석탄화력과 LNG는 에너지계획의 하위계획인 전력수급계획에서 잠시 세(勢)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에너지원 역시 온실가스 이슈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후변화 체제를 역행하는 화석에너지원으로 지목돼 성장판이 가로 막힌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에너지계획을 수립하면서 석탄과 LNG의 환경비용을 재산정·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9.15 순환정전 사태로 공급 안정성에 대한 가치기준이 달라진 것도 큰 변화다. 에너지·경제를 충격속에 빠뜨린 이 사건은 더 이상 공급만능주의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수요관리가 정책 상위목표로 부상하고, 분산형 전원체제가 새 정부의 구호가 된 배경이다.  

▲ 석탄화력 비중은 현상유지 내지는 소폭확대가 예상된다. 사진은 영흥화력발전단지 전경

5년만에 판이하게 달라진 산업지형 변수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이같은 혼돈과 제약속에 박근혜 정부가 제시하는 첫번째 정책 이정표이다.

5년 단위 에너지기본계획은 2년 단위 전력수급기본계획,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천연가스장기수급계획,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 등을 짤 때 원칙과 방향이 되는 최상위 로드맵이다.

특히 이 계획의 골간이 될 에너지믹스(Mix)는 하위 5개 기본계획의 외형을 결정하는 절대값이어서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 에너지믹스가 어떤 조합을 가져갈 지는 향후 공론화를 통한 의견수렴과 정부가 주도하는 도안작업 과정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예단이 쉽지 않지만 최근 정부 측 발언을 종합해보면 밑그림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먼저 원자력은 이미 건설이 확정된 11기를 제외하고 더 이상 증설하지 않되 현 수준(설비기준 25.5%, 발전량 기준 약 40%)을 유지하는 안(案)이 유력하다.

전체 비중은 총량 증가에 따라 다소 축소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차기 부지로 선정한 삼척과 울진에 각각 4기(기당 1500MW)씩 8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안도 시나리오의 하나로 검토되겠지만, 대국민 수용성과 계통포화 상황을 감안할 때 이 카드는 부담스러워 보인다.

앞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민이 공감하고 안심하는 에너지 수급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고, 한진현 차관도 "원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다시 필요한 상황으로 부담이 늘더라도 분산형 전원을 유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6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자력 유보분만큼을 넘겨받은 석탄화력과 LNG는 어떻게 될까?

원자력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석탄화력 비중은 현상유지 내지는 소폭확대, LNG는 중폭 확대 등이 예상된다.

6차 전원계획상 이들 전원의 2027년 설비비중은 석탄화력이 28.7%, LNG가 20.1%였다.

이중 석탄화력은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전면 시행하는 경우나 추후 탄소세가 신설되는 경우 경제성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점이 고려될 전망이다. 최대 20%가량 발전단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환경성 측면에서도 여론이 좋지 않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1740MW급 석탄화력을 30년간 가동할 때 발생하는 환경비용은 동급 LNG대비 3조2000억원 가량 높다. 

또 정확한 추산이 어렵지만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석탄화력이 원자력 증설 불가분의 일부분을 떠안게 되더라도 대폭 증설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증설 쪽으로 가닥이 잡히더라도 추가비중은 감축기술로 상쇄가능한 수준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한진현 차관은 "오염물질 저감기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온실가스 문제와 관련해 대체 기저전원인 석탄발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것이 사실"이라며 "고효율설비와 CCS기술개발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 천연가스 수급불안에 대한 리스크만 해소된다면 lng비중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세종열병합발전소 조감도

원자력·석탄화력 비중축소· LNG는 확대 예상
LNG 역시 대폭확대는 난망해 보인다. 원자력과 석탄화력의 대안으로 LNG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지만 셰일가스 회의론과 가격 상승전망이 확대론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

정부가 전망이 불확실한 셰일가스만 믿고 국제유가와 연동해 가격이 오르는 LNG를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경제성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LNG로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모두 대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비용과 공급 안정성, 연료 수급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단편적 생각"이라며 "원전폐쇄 이후 LNG를 대폭 늘린 일본이 심각한 산업경쟁력 저하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진현 차관도 "셰일가스 개발로 LNG발전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지만 운송비 등의 문제로 아직까지 비용부담이 커 LNG를 대폭 확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LNG의 경우 ▶정부가 민간 직수입을 확대하고 ▶열병합발전이 고효율·분산형 전원에 기여하는 점 ▶셰일가스 수급여건도 향후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 등에서 석탄이상의 비중확대 전망이 우세하다.

원자력 증설도 어렵고 기저부하인 석탄화력과 LNG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면 이제 남은 카드는 신재생에너지 하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 계획에서 신재생 비중을 대폭 늘릴 것이란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산업계의 관심은 정부가 2008년 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설정한 2030년 비중목표 11%를 얼마나 높여 잡을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폭 '한자릿수냐, 두자릿수냐'  
이 대목에서 정부는 한자릿수 확대냐, 전향적인 두자릿수 확대냐를 놓고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저전원의 손발이 묶이는 상황을 감안하면 두자릿수 확대에 무게가 실린다.

원전 비중을 그대로 가져가는데 따른 반발여론도 어느 정도 무마하는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신재생 비중은 1차보다 9%P 이상 늘어난 2030년 20%이상(설비기준)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의 3mw급 실증 터빈

그러나 이 역시 산업부 안팎에선 논쟁거리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정책이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한자릿수 이내 확대가 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에너지관리공단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차에너지에서 신재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75%에 불과하며, 사실상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폐기물 비중을 제외하면 실제 비중은 0.89%에 그친다.

비중확대에 따른 재정부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시 설정된 비중목표 12%를 달성하려면 약 110조원이 필요하고 전기료 상승률은 2010년 대비 22.2%에 달한다.

이보다 배 수준으로 목표를 높이면 비용부담도 비례해 배증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에너지기본계획이 전력수급계획이나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보다 아무래도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밖에 없지만 실현가능한 범위내의 목표와 구체적인 달성전략을 수립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특히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선 충분한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