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평화적 목적"…美-유럽 '제2 이란핵' 우려

핵심 산유권인 걸프협력협의회(GCC)가 핵에너지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새로운 핵확산 시비가 일 가능성이 제기되고있다.

사우디의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은 10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GCC 연례 정상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핵이 전력 생산에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면서 "우리가 그것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들은 이와 관련해 핵기술 활용을 위한 위원회도 설치키로 합의한 것으로 코뮈니케는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발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세계 원유의 5분의 1 가량을 생산하는 GCC 6개 회원국이 핵기술을 갖겠다고 선언한데 대해 즉각적인 우려가 제기됐다. GCC는 사우디와 쿠웨이트ㆍ카타르ㆍ오만ㆍ바레인ㆍ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구성돼있다.

두바이 소재 걸프 리서치 센터 간부는 이란핵을 상기시키면서 "핵 노하우가 필요할 경우 언제나 출발은 민간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집트도 이런 식으로 핵기술에 접근하려고 한다"면서 "아랍권 전체가 이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파이잘 장관도 이런 우려를 감안해 "GCC의 핵기술 사용이 절대로 위협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밀리에 진행되지 않는다"고 다짐했다. 또 "핵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님"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GCC 지역이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우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스라엘도 공식적인 핵보유국이 아니지만 핵프로그램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아랍권의 핵확산은 죄악"이라고 규탄했다.

GCC의 핵기술 사용 선언에 대해 이스라엘과 미국은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실은 논평을 회피했으며 미 국무부 대변인실도 "노코멘트"라는 입장을 취했다. 백악관 대변인실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UAE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앤소니 해리스는 "미국과 유럽이 GCC의 핵기술 사용에 반대할 것"이라면서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핵 견제를 위해 그간 GCC와의 협력을 모색해왔다면서 지난달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표단이 GCC 지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했음을 상기시켰다.

미국은 GCC도 이란핵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GCC에 이란을 견제할 미사일 등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측통들은 미 의회가 지난주 인도와의 핵협정을 승인한 것과 관련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미가맹국인 인도에 이런 예외를 적용하는데 대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점을 상기시켰다. 미국이 GCC의 핵기술 사용을 견제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GCC가 산유권이기는 하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상기시켰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경우 오는 2024년까지 전력 생산을 5만9천메거와트로 늘리기 위해 18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UAE 역시 향후 25년간 가스 공급이 4배 가량 늘어야하는 상황에서 이미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들을 건설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와 남아공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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