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세계 최대 석유거래시장 구축 꿈 영근다
[창간특집] 세계 최대 석유거래시장 구축 꿈 영근다
  • 조만규 기자
  • 승인 2013.04.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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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성장 가능성 큰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본격화
경제적 석유안보 및 수급안정 효과…해외시장 벤치마킹

▲북항 조감도
[이투뉴스] "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국내외 원유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한 사업가가 한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 말의 의미는 세계시장에서 석유·가스기업들의 위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기업 순위에 따르면 20위권에 8개의 석유·가스 기업이 포진해있다. 엑손모빌, 로얄 더치 쉘, BP, 페트로 차이나, 가스프롬, 페트로바스-브라질, 토탈, 쉐브론 등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기업들이다.

우리의 순위는 어떨까. 석유만 놓고 보면 글로벌 에너지 전문 정보매체인 PIW가 2010년말 발표한 세계 상위 100대 석유회사 순위에서 한국석유공사는 77위를 차지했다.

PIW는 매년말 석유 매장량과 생산량, 제품판매량 등을 기준으로 세계 상위 100개 석유회사를 선정한다. 석유공사는 전년만해도 10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1년새 순위가 급상승했다.

이 같은 급성장은 정부차원에서 추진된 공기업 대형화의 영향이 크다. 당시 정부는 글로벌 석유기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자주개발률 향상이란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향후 급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이상 대규모 자금이 수반된 대형화를 펼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칫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석유는 앞으로도 수십년 이상 큰 역할을 해 나갈 중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생각을 달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은 의미가 크다. 글로벌 석유·가스기업들과 직접 경쟁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 영향권에서 활동하게 만들어 부수익을 노리고 있다.

◆동북아 최대 석유시장 발전 가능성 충분

오일허브란 세계 주요 해운 항로상에 위치한 석유의 집산지로 석유물류·거래활동의 중심거점을 말한다. 거래활동은 정제·공급, 입출하·저장, 중개·거래 등을 일컫는다.

미국의 걸프, 유럽의 ARA(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엔트워프), 싱가포르의 주롱섬 일대가 세계 3대 오일허브로 불린다.

석유공사가 추진하는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은 동북아의 지리적 중심인 지정학적 이점과 깊은 수심 및 평온한 날씨, 우수한 항만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항만조건, 여수·울산지역의 석유화학 클러스터 발달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또 대규모 상업용 석유류 저장시설(탱크터미널), 석유거래 전문 트레이딩 및 연계 금융상품 등을 보완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석유물류 및 거래의 중심지로 육성하고자 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다. 여수와 울산이 그 중심이다.

왜 동북아가 오일허브로 가능성이 있는가. 동북아 지역은 경제규모 및 산업 생산량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세계 석유 수요의 20%, 증가분의 50%를 차지하는 등 소비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1년 기준 중국의 1인당 석유소비량은 하루당 1.9배럴로 한국의 16.2배럴, OECD 13.7배럴과 비교할 경우 향후 10배 가까운 증가가 예상된다. 동북아 지역이 세계 최대의 석유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또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송유관(ESPO)이 2009년 12월 하루당 60만 배럴로 공급을 시작한데 이어 작년말 2단계 송유관이 완공되면서 160만 배럴, 연간 3억1000만 배럴의 원유가 동북아 지역으로 공급된다.
 
파나마 운하도 VLCC급 선박 통과가 가능하도록 하는 확장공사와 송유관 이송방향을 태평양 지역으로 변경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하루 60만 배럴의 원유의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세계의 석유 물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동북아 지역의 석유 저장 시설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동북아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오일허브 개념
◆세계 3대 오일허브 잇는 중심거점 시동

이 같은 변화를 예상하고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동북아 물류 중심화 사업계획을 시작으로 이미 2000년에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2005년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08년 오일허브 여수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오일허브 코리아 여수를 설립했다. 이어 울산사업 추진을 위한 액션플랜을 수립한 후 2009년 울산사업의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이후 2011년에는 울산사업 기본설계를 끝냈으며 20011년부터 작년말까지 여수사업 시설건설 등 오일허브 사업이 진행됐다.

세부적으로 여수사업은 2008년 11월 국내외 투자유치를 통한 합작법인을 설립해 작년말까지 820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석유 탱크터미널 건설을 완료하고 지난 3월 상업적 운영을 개시했다.

울산사업은 2840만 배럴의 상업적 탱크터미널 건설을 목표로 1단계 북항사업(990만 배럴)과 2단계 남항사업(1850만 배럴)으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북항사업은 오는 2016년 말 시설 건설 완료와 2017년 초 상업적 운영을 목표로 합작법인(JVC) 설립을 진행 중이며, 2단계 남항사업은 향후 북항사업과 연계방안을 수립한 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같은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경제적 석유안보 및 수급안정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의 사업 참여로 인한 저장시설 건설과 석유류 구매, 저장이 이뤄짐에 따라 3000만 배럴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정부가 직접비축을 위해 투입해야 되는 예산 약 7조5000억원이 절감된다.

더불어 약 42일분의 석유류가 국내에 상존하는 간접비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장에 의한 석유안보와 수급 안정이 가능한 것으로 이는 비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동북아 석유 물류의 중심거점으로서 관련산업 경쟁력이 제고되는 효과도 거둔다. 동시베리아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 ESPO원유의 동북아 공급 중심기지는 물론 동북아 석유물류 환적 및 장거리수송의 거점 지역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독립계 탱크터미널, 트레이딩 및 기타 석유산업 관련 업체 등 다수의 외국계 업체들의 국내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메이저 및 트레이더들과 경쟁 또는 전략적 제휴 등으로 우리 정유사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한국이 동북아지역의 공급 조절자(Swing producer)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국가경제 활성화 및 전후방 연관산업 발전효과도 적지 않다. 오일허브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는 로테르담의 경우 GDP의 7.3%, 싱가포르는 11.5%에 달한다.

우리도 석유 중개, 선물과 현물 등 금융거래, 석유정보 제공 등 연관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거래시장 창출을 통한 동북아 실물거래의 연간 수수료 수익만도 2억28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오일허브 사업을 통해 우리경제는 약 4조4000억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참여자의 활발한 거래환경 조성 필요

동북아 오일허브가 석유물류를 넘어 금융거래 중심으로도 성공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활발한 거래활동이 필수적이다.

싱가포르 오일허브의 경우 이를 위해 자유로운 부가가치 창출 활동을 허용하고 법인세 혜택, 글로벌 트레이딩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친기업적 환경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석유공사는 오일허브 성공의 핵심요소인 트레이더의 원활한 참여와 거래 물량 확대를 위해 블렌딩 등 부가활동 허용과 수출규제 개선 용역을 수행하고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와의 차별화를 위해 변화된 동북아 시장에 적합한 석유가격 체계구축, 석유상품거래소 개설 및 활성화 방안의 연구 등도 별도로 추진 중이다. 알뜰주유소 사업과의 비즈니스 연계 모델도 검토 중이다.

사업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석유공사는 석유사업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오일허브 사업에 참여할 투자자 모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한 투자 수익을 위한 사업 참여자 보다 동북아 시장 참여자로서 석유 거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오일허브 시설 및 한국을 중심으로 한 석유 거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파트너 선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세계 1위 탱크터미널 업체인 보팍과, 2월초에 국내 석유제품유 생산 중견 업체인 미창석유와 사업 참여 MOU를 체결하는 등 사업 참여를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정유사는 물론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 주요 업체와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사업 참여와 시설 이용에 대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양질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준비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하드웨어 이외에 소프트웨어를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아무리 물리적으로 좋은 장터를 만든다 해도 양질의 거래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 제도 등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주요 기능과 많은 부가가치는 경쟁국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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