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기요금만 100만원…‘에너지안보 불감증 지대’ -김정욱 에너지나눔과평화 이사장-

강남의 초고층 아파트 한 채가 수십억 원이 나간다니 놀랍다. 한달에 전기요금만도 100만원 가까이 나가는데 그런데도 사람들이 거기서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면서 값을 계속 올리고 아파트 값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니 놀랍다. ‘에너지 안보’, ‘에너지 안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에너지 위기니 에너지 안보니 하는 것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증거다.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고층 아파트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평양에는 30층이나 되는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북한이 이 아파트들을 건설할 때만 해도 북한에 에너지가 끊어지리라는 것은 전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으로부터 경제 봉쇄를 당하자 에너지가 끊어지면서 고층 아파트의 삶은 참으로 고달픈 것이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킬 수가 없어서 사람들은 30층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몸만 걸었으면 좋겠다. 전기가 없는데 물이 어떻게 30층까지 올라갈 수가 있나. 물통까지 들고 30층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한다. 몸이 고단한 것은 약과다. 겨울이면 난방을 할 방법이 없어서 벌벌 떨어야 한다. 그리고 밥을 해 먹는 것마저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아파트에서 도대체 어디서 불을 지펴 밥을 해 먹을 것인가? 평양의 고층 아파트는 그야말로 ‘고충 아파트’로 변했다. 


에너지 위기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석유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막 오른다. 석유가격이 배럴 당 70달러가 아니라 앞으로 100달러, 200달러, 300달러로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현재 가동 중인 유정에서 퍼낼 수 있는 석유를 알고 또 발견되는 유정의 추세를 알기 때문에 석유생산이 최고에 달했다 떨어지는 석유정점을 예측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정점이 대개 2010년대에 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때에 과연 우리나라는 돈이 있다고 해서 석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에너지 위기며 에너지 안보를 국민들이 전혀 믿지 않는 이유는 ‘에너지 안보’를 떠드는 우리 정부 스스로가 실은 에너지 안보를 전혀 믿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장기 수급계획을 보면, 계속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계획만 있을 뿐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한 실제적인 대책이 전혀 없다. 지금 우리의 일인당 에너지 사용량은 이미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같은 나라들을 다 앞질렀다. 그런데도 앞으로 2020년까지는 현재의 거의 두 배로 늘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원자력 발전소며 화력 발전소들을 짓고 있다. 석유와 우라늄은 둘 다 2050년경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들로서 고갈되기 이전에 정점에 이르면 이미 혼란은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둘 다 정치와 깊게 끈이 맺어져 있어서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덴마크는 1970년대 초 석유위기가 닥치자 곧 바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수요관리정책을 폈고 이후 30여년간 에너지 사용이 조금도 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소득은 4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 덴마크의 앞으로의 계획은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모든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독일과 영국도 2050년까지는 에너지를 지금의 40% 수준으로 줄이고 모든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계획은 무엇인가? 2020년까지는 에너지 공급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한다. 


세계에 석유위기가 닥치면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기 전에 전쟁이 먼저 터질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터지면 에너지 공급은 당장 끊어진다. 전쟁이 터지지 않더라도 에너지는 강대국들에 의해 독점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에 우리나라 부유층 사람들은 60층 아파트를 걸어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해야 할 것이다. 통풍이 안 되어 숨은 막히고, 겨울이면 얼고 여름이면 찌고, 밥해 먹을 곳도 없고, 그때에는 초고층 아파트는 거저 줘도 가져갈 사람이 없을 것이다. 초고층 아파트는 ‘초고충 아파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 처럼 수시로 정전만 되었어도 초고층 아파트의 값이 이렇게 뛰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너지 안보는 어디에 있는가? 곧 바닥이 날 석유에 있는 것도 아니고 강대국들에게 잘 보여야 얻을 수 있는 원자력에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기술만 있으면 얻을 수 있는 햇빛, 바람, 조력, 생체 같은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그리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에 있다.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고충 아파트’는 일부 부유층의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 에너지가 끊어지면 공장도 멈추고 모든 것이 멈춘다. 그리고 비료도 끊어지고 농기구도 멈추고 식량도 끊어지고 교통도 두절된다.
북한이 굶어 죽게 된 것도 실은 에너지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는 북한 사람들 신세를 외면하지 말고 북한의 준비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 때에는 저들의 신세가 바로 우리 신세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