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원자력 안전ㆍ선진화의 일등공신 원자력연

방사선연구원 방사선 활용 부가가치 높인다

“위험하다고만 생각해 왔고 병원에서 암 치료용 정도로만 쓰이는 줄 알고 있었는데 방사선이용이 이렇게 다양한 줄 정말 몰랐어요.”

◆ 계란 알러지 게 섰거라...방사선 이용 세계 최초 백신 개발
심할 경우 계란만 쳐다봐도 온 몸이 근질거린다는 계란 알러지. 계란 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은 흰자에 주로 들어있는 오발부민(ovalbumin)이라는 단백질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소아 알러지 내원 환자 중 5.9%가 계란 알러지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계란을 먹지 않고 먹더라도 흰자만 먹으면 그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공식품에 계란이 들어간 제품이 많은데다 각종 백신에도 계란 성분이 포함돼 있다. 독감 백신이나 간염 백신을 만들 때 보통 무균 상태인 계란에 백신 성분을 넣어 배양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발부민이 백신에 포함되기 때문이다.한국원자력연구소 정읍 분소 방사선연구원 변명우 박사팀은 지난 1999년부터 계란 알러지를 없애는 백신 개발 연구를 해오고 있다.

핵심은 방사선 조사에 의한 단백질 구조 변화에 있다. 단백질의 일종인 오발부민에 감마선을 조사해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 더 이상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방사선 조사로 단백질 구조가 조금만 변해도 체내 면역반응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는 게 연구팀 이주운 박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킨 오발부민으로 2001년부터 아주대 소아과 병원과 연세대 의대, 삼성병원 등에서 임상실험을 한 결과는 고무적이다. 계란 알러지가 있는 소아들을 대상으로 피부 실험을 한 결과 방사선을 조사한 오발부민에선 알러지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변박사팀은 2007년 봄 백신을 만들어 계란 알러지 환자가 특히 많은 미국에 보내 실제 계란 알러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르면 2010년쯤 세계 최초로 ‘계란 알러지 백신’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할 전망이다. 향후 연구원은 우유와 땅콩, 집먼지 알레르기 백신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 방사성 동위원소 ‘바이오 칩’으로 수백 가지 질병 조기 진단

의약화학을 전공한 박상현 박사는 방사선연구원에서 RI(방사성 동위원소) 검출 기술을 이용한 고감도 바이오칩 개발을 이끌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회로 소자를 심어놓은 반도체칩처럼 바이오칩은 단백질이나 펩티드 같은 생체분자를 명함 절반 크기의 유리 기판 위에 빽빽하게 심어놓은 것이다.

이 생체분자들은 각각 특정한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내 신호전달 물질과만 반응하는 물질들이어서 그 위에 혈액 한방울만 떨어뜨리면 유방암 폐암 난소암 등 수십~수백 가지의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BT(생명공학)와 IT(정보통신) NT(나노기술)분야의 첨단기술이 어우러져 탄생한 바이오칩의 세계 시장은 지난 2002년 기준 12억 달러로 연 약 3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RT(방사선 기술)를 이용해 바이오칩의 감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게 박상현 박사의 연구목표다. 박박사는 “방사성 동위원소는 감도 면에서 아주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암 등 각종 질환을 좀 더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며 “RI 검출 기술이 바이오칩에 적용될 수 있다는 유효성 검증을 마쳐 내년부터 실용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골프장 농약 환경오염 걱정 뚝
늘어만 가고 있는 골프장은 농약 과다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방사선연구원 정병엽 박사팀은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천연 잔디에 포함된 자체 항생 물질을 추출한 뒤 조직 배양, 잔디로 만든 잔디 농약을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정병엽 박사는 “특정한 잔디 품종에는 마이신 계통의 항생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지만 이를 그대로 용매에 녹여 농약으로 만들 경우 경제성이 없다”며 “조직 배양을 통해 항생 물질을 늘린 뒤 이를 생물농약으로 만들 계획으로 1,2년 내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잔디로 잔디의 벌레를 죽일 수 있게 돼 골프장의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연구원은 아울러 내한성과 내염성을 강화해 늦가을까지 푸르름을 유지하면서 새만금처럼 염분이 많은 간척지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신품종 잔디도 개발하고 있다.

◆ 전자빔 이용 축산 폐기물 처리와 냄새 한번에 끝
폐수 처리에 있어 최대 난제로 꼽히는 축산 폐수는 분뇨에 포함된 마이신류의 항생제와 소독제, 대장균 등은 발효 과정을 거쳐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장기간 축적될 경우 환경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사선연구원 이면주 박사팀은 방사선의 일종인 전자빔을 이용해 축산 폐기물을 고위생 퇴비로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전자선 가속기에서 만들어낸 전자빔을 몇 분 정도 조사하면 축산 폐수에 포함된 각종 화학물질들의 분자 구조가 바뀌어 독성이 사라지거나 약해지고 대장균도 죽게 된다. 전자선을 조사하면 골칫덩이인 축산 폐기물의 냄새까지 간단히 제거할 수 있어 1석 3조. 이렇게 ‘전처리’를 거친 축산 폐수는 미생물이 ‘소화’하기가 쉬워 생물학적 처리가 훨씬 용이하게 된다.

이면주 박사는 “축산 폐기물 액체와 고체(분뇨) 기체(냄새) 3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방사선 처리와 미생물 발효를 조화시키는 것 뿐”이라며 “축산 폐수와 폐기물을 처리하고 냄새까지 제거하는 총합 처리 시스템을 5년 이내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아토피 환자의 희소식 수분 증발 방지막 ‘겔’개발
옆 연구실의 노영창 박사팀은 아토피와 접촉성 피부염 환자들을 위한 희소식을 준비하고 있다. 노 박사는 각종 천연 약재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한 뒤 이를 피부 보습에 좋은 아토피 피부염 발현을 억제하는 겔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환부의 보습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수분을 90%나 함유한 이 겔을 붙이면 보습이 유지되면서 천연 약재의 성분이 피부에 침투해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이나 염증이 사라지게 된다.

고분자 용액을 방사선 처리하면 수분을 많이 함유하는 겔이 형성되는 성질을 이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겔은 멸균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노영창 박사는 “천연 추출물을 사용해 만든 겔은 피부 보습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가려움증과 염증의 억제가 가능하며, 수분 증발 방지막이 있어 가려움으로 인한 2차 감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박사팀은 아토피 환자용 겔은 국내에 특허를 출원한 상태로 미국과 EU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 노화 방지 물질에도 방사선 이용
7년여 연구 끝에 면역 조혈 증진 신물질 ‘헤모힘’을 개발한 조성기 박사팀은 얼마전 헤모힘의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은 뒤 새로운 연구에 착수했다. 방사선을 이용해 생체 노화 방지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다. 방사선을 동물에 쪼여 산화 손상, 즉 노화를 인위적으로 유도한 뒤 다양한 후보 식품과 후보 유효성분을 주입해 항노화 물질을 찾아내는 것이다.

조성기 박사는 “방사선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노화가 일어난 동물을 대상으로 식물, 동물, 미생물 등 다양한 천연소재로부터 항노화 후보 물질을 찾아 5년 내 항노화 물질이 가시화되면 3~4년간 검증과 임상 등을 통해 노화 방지 물질을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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