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르포] 최북단 154kV 송전선 현장을 가다
[특집르포] 최북단 154kV 송전선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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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3.04.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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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에너지, 철책 넘어 南北을 하나로
개성공단 가동중단 16일째, 대북송전 평시 15% 수준
개성공단을 향해 뻗은 문산~평화변전소 구간 154kv 송전선이 석양에 물들고 있다. 

[이투뉴스] 남북한은 과거가 비극적이고 현재는 불안하며 미래는 불확실한 관계다. 그러나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 남·북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한 몸이 되어 항구적 평화와 민족적 번영의 새 시대를 열게 될 것을.

"저기 보이는 96m 높이 철탑이 비무장지대를 지나 개성 평화변전소로 전력을 공급해 주는 송전선로입니다. 남북이 지금처럼 경제협력을 유지해 간다면 통일도 그만큼 앞당겨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으로의 출경(出京)중단 열엿새째, 공단 가동중단 열흘째인 지난 17일 오후 파주시 장단면 인근 임진강변. 안내를 맡은 정성우 한국전력 파주전력소 송전팀 사원이 북으로 향해 뻗은 154kV 문산~평화 송전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무리의 철새떼는 석양이 물들어가는 임진강을 가로지르며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임진강변 송전선은 군당국의 허가없이 접근 가능한 최북단 설비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5월 건설된 이래 연평도 포격 등 군사적 충돌 때도 단 한번 중단없이 남북을 이어온 유일한 에너지 인프라다.

경남 고리원전과 동해 울진원전, 영흥 화력 등에서 생산된 345kV급 전력은 수백기의 철탑을 타고 파주변전소로 접어든 뒤 154kV로 강압(降壓. 전압을 낮춤)돼 개성공단 246개 시설에 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공단내 123개 제조공장과 수십개 지원시설, 상·하수도가 가동을 멈춰 공단 기능자체가 마비된다.

이 지역 관리를 맡고 있는 한전 경기북부본부에 따르면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개성에 공급·판매된 전력은 평균 15.7GWh로 왠만한 중·소규모 지방산업단지 소비전력과 맞먹는다.

그러나 북한이 공단내 근로자를 철수시켜 조업이 전면중단된 지난 9일 이후 공단의 최대 전력수요는 평시의 15%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직 한전 개성지사에는 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직원 7명이 남아 있다.

앞서 한전은 남북간 단전조치 59년만인 2007년 파주시 문산과 개성공단을 잇는 17Km 길이의 송전선을 가설하고 이 구간에 모두 48기의 송전탑을 세웠다. 또 최대 10만kW까지 전력수전이 가능한 북한지역 최초의 '평화변전소'를 건립했다.

이 일대 송전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한전 파주전력소는 정기 시설점검이나 보수가 필요할 때마다 군(軍)의 출입허가를 받아 남측 민통선과 비무장지대를 오갔다. 이중 북측 구간은 개성지사로 파견된 직원들이 맡는 형태로 업무를 분담했다.

정성우 파주전력소 사원은 "번개로 인한 지락(地絡. 송전선에 순간 과전압이 걸리는 상황)이 빈번한 여름이나 태풍이 올 때는 전원이 비상대기에 들어가 시설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그나마 외부 장애물이 없는 비무장지대는 관리가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산~평화구간 154kV 송전선 일대는 중대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를 말해주듯 날이 잔뜩 흐렸다. 미세황사까지 겹쳐 가시거리가 평시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과 송전시설의 운명 역시 시계제로의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

전력을 비롯한 에너지는 국가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호혜주의에 입각해 협력이 이뤄지면 이념을 초월한 평화체제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올해로 만 6년을 맞은 남북 전력송전이 통일시대 이후까지 지속·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이날 북한은공단 체류직원에게 식료품과 의료품을 공급하기 위해 출경을 요청한 기업대표단의 방북을 끝내 거부했다. 남북을 잇는 154kV 철탑은 침묵으로 북을 응시했다.

<파주=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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