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 칼럼] 남산에서 서울시를 내려다보면 수없이 많은 건물이 보인다. 그 옥상지붕의 대부분은 지저분하다. 건축주는 건물의 내부나 외관을 치장하지만, 꼭대기에 있는 옥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옥상이란 단지 물이 새지 않도록 내린 빗물은 홈통을 통해서 빨리 하류로 보내는 기능만을 생각하고 있다. 건물 안에 사는 ‘나’만 행복하면 그만인 철학이 비탕에 깔려 있다.

옥상의 의의를 물과 열관리의 관점에서 다시보자. 옥상이란 눈비와 더위 추위와 같은 기후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주는 집의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을 가장 먼저 받는 장소이다.

하지만 건물이 들어서면 주위 자연에 나쁜 영향을 준다. 우선 지붕을 덮은 만큼 식물이 살수 없다. 지붕 때문에 많이 내려가는 물은 홍수 원인이 되며, 지붕 면적만큼 땅속에 들어갈 빗물이 못 들어가서 지하수를 보충하지 못한다. 수질적으로는 하늘에서 내려온 깨끗한 빗물이 처음으로 이물질과 만나는 곳이다. 지붕이 더러우면 그곳을 통과한 하류의 모든 물이 더러워진다.

열적으로는 지붕에 태양의 에너지가 가장 먼저 닿아 열이 건물안으로 흡수되거나 대기로 반사되어 건물의 안과 밖이 다 더워진다.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풀과 나무에 흡수되어 반사되는 양이 적어 시원하다. 또한 흙에 있던 물이 기화되면서 주위가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다. 여름에 더워진 건물을 식히느라 에어컨을 돌리면 집안은 시원하지만 집 밖은 더 더워진다. 이것 역시 ‘나’만 시원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이와 같은 것은 모두 다 ‘손해’를 보는 방식이다.

어찌 보면 옥상이란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에 있는 가장 중요한 혈자리중 하나인 백회혈과 같다. 그렇게 중요한 자리를 우리는 너무나 소홀히 다룬 것이 아닌가. 건물 내부나 옆에서는 잘 모르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지 다 알수 있다.

그렇다면 건물의 옥상을 어떠한 철학으로 만들 것인가? 그것은 건물을 짓기 전과 후의 물과 열의 상태를 똑같이 만들어 주면 된다. 첫째, 옥상에다 건물 때문에 없어진 자연의 식생을 심는 것이다. 둘째, 옥상을 오목하게 만들어 빗물을 임시로 저류했다 천천히 나가든지 식물이 사용하도록 한다. 셋째, 일부 넘치는 빗물은 땅속으로 침투시킨다. 이렇게 되면 표면이 건물 들어서기 이전과 같아지므로 하류의 홍수를 방지하고 생태계를 훼손시키지 않는다.

이때 부가적으로 열적인 문제도 해결이 된다. 물과 열관리 관점에서는 ‘본전’인 셈이다.

머리만 잘 쓰면 이익을 보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옥상에 텃밭을 가꾸는 것이다. 옥상의 표면을 식물로 덮어서 지표면과 물의 상태를 건물이 들어서기 이전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와 채소를 이용하여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식량의 자급에 도움을 줄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건물 구성원들이 모여서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즐기면서 서로 소통하는 장을 만들 수 있다. 또 건물의 화장실에서 나오는 소변을 모아서 비료로 사용하면 채소는 더 잘 크고, 하수처리장의 부담이 줄어든다. 서울대학교 35동 건물의 옥상텃밭에 오면 이런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물관리에 관한한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빗물이나 상수, 하수 등 모든 자원을 한번 쓰고 버리는 일과형으로 사용해왔다. 이것을 순환형으로 사용하면 좋다고 생각을 바꾸는데 옥상텃밭처럼 좋은 것이 없다. 이렇게 사람들이 체험으로 터득할 때 물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것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여러 부처가 따로따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건물을 짓는 부서, 빗물을 버리는 부서, 빗물을 모으는 부서, 하수를 모아서 처리하는 부서, 도시경관을 생각하는 부서, 에너지 절약 담당부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각하는 부서, 교육이나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제각기 있다. 따라서 부서간의 장벽을 없애고 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옥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그 목표로 정책만 잘 만든다면 세금을 줄이면서 많은 시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번 쓰고 버리는 낭비적인 물관리로부터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Productive and Proactive),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Safe and Sustainable), 그리고 창의적이고 종합적으로 (Innovative and Integrated) 하는 물관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싸이(PSI)식 물관리로서 앞으로 채택하고 확산하여야 할 정책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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