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전시설 주변지역 보상법 제정 탄력
345kV 이상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원
송전거리 비례 요금제도 공감대 확산

[이투뉴스] 345kV 이상 송·변전 시설 인근지역 주민의 피해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보상해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회와 정부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가칭 '송·변전시설주변지역의지원에관한법률(안)' 제정과 전기사업법 개정을 상반기내 최종 협의한 뒤 연내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히 정부는 송 ·변전 시설 건설과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든 전기소비자가 나누어 부담토록 한다는 원칙 아래 일부 선진국처럼 송전거리에 따라 전기료를 차등 부과하는 방안을 중장기안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산업위는 노영민 의원 등 11명이 서명하고 김관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송·변전시설 지원법의 타당성 검토를 위해 최근 상임위 차원의 회의를 갖고 오는 6월 정부 측 의견이 제시되는 대로 관련법 상정을 논의키로 했다.

송·변전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 주민의 재산상 피해를 현실적으로 보상해주고, 이를 통해 주민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송·변전 사업의 효율성을 꾀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도 발전소 주변지역에 준하는 보상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제정안은 송전선이 지나는 선하(線下)지역 인근과 변전소 인근을 주변지역으로 정해 전기요금, 도로 등 공공시설 설치, 주민 소득증대사업 등을 지원하되 재원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충당토록 규정하고 있다.

주변지역의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에 위임할 방침이나 지역 전력공급을 위한 용도로 설치·사용되고 있는 154kV 설비를 제외한 345kV 이상 시설에 대해서만 관련법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한전은 송전선 선하지 바깥 3m 이내에 대해서만 직접 보상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은 최소 1km 이상으로 보상범위를 넓힐 것을 요구해 왔다.  

현재 345kV 이상 송전선은 전체 1만2960km 가운데 35.4%에 해당하는 4587km이며, 변전소는 345kV급이 68개(9.6%), 765kV급이 5개(0.7%)이다. 한국토지공법학회가 2011년 10월 수행한 연구용역에 의하면 765kV 송전선이 지나는 주변의 토지가격은 평균 13.18%나 하락했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한전이 내규로 지역 지원사업을 해왔지만 지가하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보상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면서 "송전선 주변지역도 발전소 주변지역처럼 합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법안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보상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조달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송·변전시설 설치로 피해를 입는 지역의 보상을 위한 재원은 당연히 그 혜택을 받는 전기사용자들이 지불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이를 위해선 전기사업법을 고쳐 기금운영의 목적을 추가해야 한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기금 재정부담과 다른 에너지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전기사업자(한전)에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결국 발전원가로 그 비용이 전가돼 결국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모양이 된다"면서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소비자가 부담을 나누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제자리 걸음을 하던 송·변전설비 보상법 제정이 이처럼 탄력을 받으면서 정부와 전력산업계 안팎에선 장기적으로 송전거리에 따라 전기료를 차등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권처럼 원거리에서 전력을 끌어쓰는 지역은 할증된 전기료를 물리고, 반대로 발전단지나 송·변전 설비 주변지역은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식의 원가기반 요금체계 정비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산업부 전력진흥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를 보고 있는데, 원가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론 차등 부과가 맞다"면서 "다만 수도권은 몰라도 송전거리가 긴 제주도나 수용가가 분산된 도서 및 산간지역에 이 논리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산업과 관계자도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송·변전 지원법만 해도 보상범위와 내용에 대한 논의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거리비례 요금제 도입은 조금 먼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전력당국도 이같은 논의 전개를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송전거리 비례 요금제 논의와 관련, "이미 미국, 유럽, 호주, 일본 등은 지역별 가격제를 통해 수요지에서 송·변전시설로 초래되는 비용을 부담하는 체제가 정착돼 있다"며 "원인유발자가 비용을 대고 주변지역이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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