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 밉더라도 에너지정책은 배우자
[기자수첩] 일본 밉더라도 에너지정책은 배우자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3.04.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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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1. 원자력(0%), 재생에너지(35%), 화력(50%) 열병합(15%)
시나리오 2. 원자력(15%), 재생에너지(30%), 화력(40%) 열병합(15%)
시나리오 3. 원자력(20∼25%), 재생에너지(25∼30%), 화력(35%), 열병합(15%)

이 시나리오들은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의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기본문제위원회’가 지난해 제시한 3개의 전원구성(2030년 기준) 선택안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처럼 2030년까지 일본의 전원구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라고 보면 된다.

당초 일본은 2030년까지 원자력(45%), 재생에너지(20%), 화력(27%), 열병합(8%)으로 에너지 믹스를 가져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전 계획과 달리 에너지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을 이유로 원전비율을 대폭 늘렸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10% 가량 높을 뿐 원별 믹스는 대동소이한 계획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대형 변수가 생겼다. 원전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원전 및 수입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자국 에너지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집중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 다다르자 일본 정부는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다.

무엇보다 먼저 ‘비용등검증위원회’를 조직해 원자력, 석탄, LNG, 신재생에너지 등 전원별 발전비용을 다시 산정했다. 입지비용과 고준위폐기물 처리비용, 사고후처리 적립금 등을 모두 감안해도 과연 원자력발전이 값싼 에너지원이냐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 화석에너지 대비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경제성을 확인하자는 목적도 포함됐다.

검증 결과 일본 정부는 색다른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원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원자력을 늘려야 한다는 종래의 주장은 발전단가 측면에서 볼 때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이 외에도 석탄과 LNG는 온실가스 감축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원자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과 풍력과 지열 역시 입지조건이 좋은 지역에서는 기저전원과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했다. 아울러 전력피크 시 태양광이 보충할 수 있으며, 분산형 전원도 대규모 전원에 대항할 정도로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이를 토대로 일본 정부는 바로 맨 앞에 제시한 3개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단순히 시나리오만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선택안 별로 전기요금이 얼마만큼 오를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공개했다. 우선  1안의 전기요금 인상률을 100% 수준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2안은 72% 내외, 3안은 54∼64%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 공개와 함께 TV토론 및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도 들었다. 의견수렴 결과 1안에 대한 선호도가 47∼68%에 달하는 등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기요금이 두 배 가까이 올라도 원전을 배제하고 신재생 비중을 늘리자고 한 것이다. 일본 에너지·환경회의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원전 제로를 위해 가능한 정책자원을 모두 투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을 발표했다.

국민에게 객관적이고 총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에너지정책 및 장기수급계획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의 ‘미래 전원믹스’ 결정 과정을 이처럼 자세히 살펴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2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더욱 와 닿는다.

최근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극우인사들의 역사인식에 대한 망언이 도를 넘고 있다.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통해 다시는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난을 넘어 욕을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와 달리 일본의 에너지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때론 배울 것은 배워야 오히려 그들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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