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강희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이투뉴스 / 칼럼] 바야흐로 ‘창조경제’의 시대다. 신정부가 시작되면서, 창조경제는 한국의 새로운 국가 발전목표로 설정됐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지난 MB 정권에서 최고의 국정 어젠다로 설정된 ‘녹색성장’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창조경제 관련 세미나나 컨퍼런스가 곳곳에서 열리고, 정부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창조경제의 개념과 분야를 설명하는 자리를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이미 각 정부부처마다 창조경제를 어떻게 해당 부처의 향후 사업과 정책에 연계시킬지 고민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기관들도 머리를 싸매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국책과제 예산을 받아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왠지 5년 전 녹색성장이 처음으로 국정 어젠다로 설정되었을 때와 너무 흡사하여 씁쓸하다. 녹색성장과 크게 관련 없는 부처마저도, 어떻게 하면 녹색성장 코드와 연결시켜 보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추는 방식으로 수많은 정책 및 사업을 내놓았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녹색성장을 처음 내세웠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창조경제도 그 개념과 논리가 충분히 공감되고, 숙성되지 않은 상태로, 국민에게 공개되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창조경제는 결코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창조경제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따라서 창조경제에 적합한 분야(혹은 기술)는 ‘이것이다’라고 하는 순간 창조경제의 창조성은 사라지게 된다. 만일 분야가 정해지면, 대한민국 모두가 그곳으로 매진할 것이고, 그럼 그 방점에서 빗겨간 분야는 다시 소외되고 만다. 창조의 잠재력은 어떤 특정 분야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목표달성을 위한 창조경제의 방법론은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와 기술의 ‘융합’인 것이다. 융합은 아이디어가 다양한 부문과 연계되고, 부문 간 구별과 장벽이 사라지고 아이디어 자체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말한다.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고, ICT와 과학이 만나며, 디자인과 과학이 만나고, 예술과 기술이 만나서 ‘무엇인가’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정부는 절대로 알 수 없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의 견해와 입장의 차이점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닌 ‘존중하고 궁금해 하는 과정 속’에서 창조의 씨앗이 발아되고, 이를 수익으로 이끌 재주가 있는 사람이 사업화를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모든 핵심 주체가 되는 것은 ‘민간’이다.

창조경제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인의 역량에는 창조적 모티브가 충분히 잠재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창조성이 단기적 성과와 따라잡기식 경제성장 과정에서 큰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까이 있어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엉뚱한 발상과 독특한 사고가 인정받는 사회가 창조적 소재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운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수단을 제시하면서, 이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왜 없는지 궁금하다. 설마 창조경제로 ‘무턱대고 잘살아 보자!’라는 건 아니길 빈다. 대신 창조경제는 ‘질적이며,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보자!’라고 하면 더욱 적절한 목표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세계적인 흐름인 ‘저탄소 발전전략’ 혹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추세를 한국이 놓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선도해나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한국이 갑자기 저탄소 녹색성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전세계적인 흐름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성장 속에서도 환경 등 삶의 질도 함께 개선되는 것, 고갈되는 에너지 사용보다는 안정되고 자연친화적인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물과 식량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급하는 것, 개인의 삶과 소비가 과소비와 낭비에서 벗어나 절약의 미덕을 보이고, 보다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이야 말로 현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에까지 함께 살 수 있는 이상적이고 지속가능한 목표가 아닐까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한국의 선진국 진입과 성장의 모멘텀을 찾는 방법으로 ‘창조경제’는 의미가 있으며, 그 안에서 기발하고 참신한 창조의 아이디어들이 나타나, 서로 융화되고 발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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