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등 발전5사, 공사지연금 지급 안해 공정위에 덜미

 한국전력과 발전5사가 일제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감시망에 걸려 시정명령이나 경고조치를 받게 됐다.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기면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대금을 제때 주지않거나 부당하게 감액한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발전그룹’에 대한 감시 행정기관의 뭇매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공정위 거래감시팀의 한 관계자는 “발전사에 대한 공정거래 조사를 5~6월,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벌인 결과 이들 기업이 다수의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위반사례가 많아 시정명령이나 경고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감시본부의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발전사를 타깃으로 2003년 이후 발전ㆍ송배전설비공사에 대해 이미 두 차례나 조사를 벌였다. 공기업이란 상징적 지위와 발주처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수주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발전사들이 많을 것이란 자체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조사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전력ㆍ한국수력원자력ㆍ한국동서발전 등 3개 발전사는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약속한 기한 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이자를 주지 않은 사례가 다수 적발돼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게 될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한국전력은 지난 5월까지 ‘154kv 흑석변전소 토건공사’ 등 6건의 공사를 발주하고 시행하면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 공사가 최대 11개월까지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H건설 등 6개 회사에 지연보상금 2억4931만원 가량을 주지 않았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성원자력 1~4호기 345kv 스위치야드 설비공사’ 등 3건의 공사와 용역을 S전기 등 두 개 회사에 발주하면서 현장의 다른 공사와 중복돼 두 달에서 최대 1년 가까이 공사가 정지됐음에도 1억4877만원 상당의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지연보상금은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통상 수주기업의 손해를 인정해 지급하는 보상금이다. 공사에 돌입하기 전 양측의 계약을 통해 명시되기 때문에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저촉된다는 공정위의 설명이다.   

 

게다가 동서발전은 ‘동해 1호기 계획예방정비공사’ 등 2개 공사를 H기공에 발주하고 공사대금을 지금한 뒤 “수의계약 때 낙찰률을 과다하게 적용했다”며 2003년말 공사대금 5200만원을 뒤늦게 회수해 간 것으로 조사돼 한전ㆍ한수원과 함께 공정위의 시정명령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3개 발전회사가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공사비를 부당감액한 사례는 모두 7건으로 총 7억원에 달하는 약정금액을 이유도 없이 해당 기업에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남동발전ㆍ남부발전ㆍ서부발전ㆍ중부발전 등 4개 발전사 역시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지연금을 주지않거나 약속한 대금 지금 날짜를 어겨 공정위의 경고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을 포함해 5개 발전사 모두가 공공사업자로서의 상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 발전사들은 절차와 업무 착오 등을 이유로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거래감시팀의 한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자신들의 업무착오나 복잡한 절차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급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면서 “적발된 사례는 의도된 것이 아니란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발전사의 이 같은 해명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수많은 공사를 발주하고 진행시켜 계약관계에 정통한 발전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주장이다.

 

공정위의 이 관계자는 “보통 공기업은 1~2건의 기성금 지연사례가 발견되는데 발전사의 경우는 유독 적발사례가 많았다”면서 “의도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계약관계에 정통한 사람들의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대금을 받는 수주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하루가 급한 사안이고 공사 지연에 따른 보상은 당연한 일”이라며 “공기업들이라도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사업자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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