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억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전기요금 억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3.05.13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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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급위기 촉발, 필수투자는 뒷전으로 밀려
전력수요 최대 25% 냉·난방기 가동에 동원

[이투뉴스] 싼값에 전기를 공급해 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정부의 신념이 되레 수급안정성을 해치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 미래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여름이나 겨울 극심한 전력난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고, 최소수익도 보장받지 못해 투자계획을 차일피일 미뤄온 국가 전력망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변해가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말고 에너지수급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야 하며, 그런 맥락에 에너지 세제와 전기요금 체제를 당장 수술대에 올려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한 상황이다.

13일 전력당국에 따르면 동·하절기 전력피크 수요의 21~25%는 시스템 에어컨 등 냉·난방기 몫이다.

역대 최대 전력수요는 동절기는 지난 1월 3일(7652만kW)에, 하절기는 작년 8월 6일(7429만kW)에 각각 최고치를 찍었다. 당시 냉·난방 수요는 1850만~1900만kW로 추정된다.

국내 원전(23기 용량 약 2000만kW)의 대부분(18~19기)이 에어컨이나 온풍기를 돌리는데 가동된 셈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져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마른수건 짜기식 절전대책과 효과가 제한적인 에너지절약 캠페인, 전기사용을 줄인 산업체에 보조금을 주는 임시처방이 전부다.

이렇게 쓰인 전력부하 관리비용과 홍보예산은 지난 한해에만 5000억원을 육박한다.

문제는 이같은 전력난과 비효율적 예산투입이 당분간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석유·석탄 등의 발전원료는 상승하는데, 이를 이용해 만든 전기는 아직 원가보다 싼값에 공급되고 있다.

특히 전체 수요의 절반(46%) 가까이를 차지하는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은 8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현재의 전력수급 위기는 정부의 에너지가격정책, 특히 저렴한 전기요금이 주된 요인"이라며 "저평가된 원가조차 전기료에 반영하지 않는 정책이 소비절약 유인을 약화시키고 유류와 전력간 가격역전을 유발해 전력쏠림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당국이 묶어놓은 전기료가 유발하는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가 전력인프라를 관리하는 한전은 경영난이 가중돼 필수투자조차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일례로 한전은 전력계통 포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며 수년째 이 부문의 투자를 최소 수준으로만 유지하고 있다.

송전망 건설에 보통 10년이 넘게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가까운 미래에 계통안정성 저하문제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

익명을 원한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송전망 투자를 등한 시 했다는 지적엔 동의하지 않지만 경영여건상 충분한 투자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계통의 경우 예산부서에 납득할만한 근거와 시급성을 설명하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전기료 수준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연관 산업도 저렴한 가격정책의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공급의무를 진 발전사들조차 투자를 꺼리고 있고, RPS 의무이행량 달성은 최저가 투자에 방점이 찍혀 부실시공을 불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전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기료를 묶어놓는 지금 구조에선 민·관을 막론하고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미래산업을 사업화 할 수 없다"면서 "현행 가격정책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사실을 정부가 하루빨리 간파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것만으로 수급난과 산업왜곡은 일거에 해소될까?

정부와 전력당국은 전기료 인상이 수요를 억제하고 합리화하는 첩경임을 인정하면서도 찔끔찔끔 원가회수율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전기료 인상발표 직후 소폭 감소했던 수요가 1~2개월만 지나면 인상이전 보다 오히려 증가한 사례가 많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경제성장과 산업고도화에 따른 전전화(轉電化)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국내 전기료의 수요탄력성은 가격외에도 이같은 흐름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원가에 충실한 요금체계를 만들되 요금정책에 대한 장기계획을 사전 공개해 소비자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석훈 스마트그리드협회 사무국장은 "전기사용은 일종의 문화적 관습"이라며 "정부가 장기적으로 가격을 어떻게 어느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오픈해 국민과 산업체의 소비행태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그에 걸맞는 설비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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