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국가대표 보일러’‘대한민국 1등 보일러’ 표현을 놓고 벌이는 국내 보일러제조사 빅2의 갈등이 끝이 없다. 시장점유율 경쟁이 뜨겁다는 점에서 일견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니나 주변에서 볼썽사납다는 말이 나올 만큼 정도가 지나치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8월말 귀뚜라미가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에 경동나비엔의 광고문안 가운데 ‘국가 대표 보일러’‘국내 1등, 수출 1등’ 등의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며 ‘표시·광고 위반’ 신고를 접수하면서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부당한 광고 표현’ 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수개월 간 조사가 이뤄진 끝에 공정위가 “아무 문제없다”며 무혐의 판결을 내렸고, 이어 방송통신심의위도 객관적인 증빙 표시를 보완해 광고 표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권고의견을 냈다. 사실상 가스보일러 시장에서 어디가 1위인지를 공인해준 셈이다.

여기서 끝났으면 모양새가 우습지 않았을 것인데, 상황이 뒤틀어졌다.

사실상 완패를 당한 귀뚜라미가 상처 난 자존심을 다시 세우겠다는 전의(戰意)를 다지며, 또 다시 같은 내용을 표현만 달리해 공정위 본청에 ‘표시·광고 위반’을 재신고하고, 방송통신심의위에는 추가민원을 제기했다. 여기에 1차 신고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렸던 공정위 서울사무소에는 새롭게 신고를 접수시켰다.

제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도 1차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가민원이 제기된 방송통신심의위 산하 방송협회 사전심의실이 각 방송국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본심의에 해당 안건을 올렸고, 지난달 초 기존 광고표현을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은 재신고를 접수받아 조사 중인 공정위 본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으나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1차 판결을 내린 공정위 서울사무소와 상반된 결정을 내릴 경우 공정위 자체가 또 다른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 우리나라 가스보일러는 한계에 부딪힌 내수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향한 행보에 속도를 붙여가고 있다. 중동, 아시아는 물론 보일러 본 고장인 유럽에서 ‘Made In KOREA’가 찍힌 제품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이는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2002년 477만달러였던 수출액은 10년 만에 9480만달러로 20배 가까운 비약적인 성장을 꾀했다.

올해 1분기도 이 같은 수출 동력은 그대로 이어져 전년동기대비 130% 늘어나는 실적을 거뒀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더 큰 곳을 바라보자는 얘기다.

“내가 1등이라면 누가 뭐라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난 1등이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재는 1등이 아니다’라는 흠집내기식의 안티 마케팅으로 쓸데없는 소모전을 벌일 게 아니라 정당한 경쟁 속에서 상생을 추구하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합니다”

이들 빅2의 갈등을 바라보는 또 다른 보일러제조사 관계자의 말을 깊이 새겨볼 일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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