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잇딴 진출·투자에 전문가들 경고 메시지
신중한 사업 타당성 검토와 리스크 헷징 절실

[이투뉴스] "아무리 좋은 투자라도 엔화와 국내통화의 환율변동을 헷징하기 어렵다. 발전사들이 리스크에 대한 독박을 쓸 확률이 매우 높다" (A 태양광 컨설턴트사 대표)

"전 세계의 날고 긴다는 브로커들이 일본에 총집결해 있다고 보면 된다. 옥석을 잘 가리지 않으면 발전사라도 사기꾼들의 농간에 놀아날 수 있다." (日 프로젝트 진출기업 B사 대표)

국내 발전사들의 일본 태양광사업 진출 및 투자를 놓고 전문가들이 연이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애드벌룬 띄우기'에 앞서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철저한 리스크 헷징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잘못 손을 댔다간 자칫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 태양광사업에 착수한 발전사는 남동발전과 중부발전 등이며, 일부 또다른 발전사들도 국내·외 프로젝트 개발기업과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C 발전사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국내보다 수익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투자리스크도 적다는 판단 아래 (우리도)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구체화 되는 사업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부터 중부발전과 남동발전은 각각 68MW, 42MW급 대형 현지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업황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세계시장과 달리 10%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중 미야기현 등 일본 동북지방을 공략하고 있는 남동발전은 STX솔라, 부국증권 출신들이 설립한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손잡고 1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도안하고 있다.

남동발전이 자본금(300억원)의 38%를 대고 41%의 일반투자를 끌어오되 나머지는 EPC업체인 STX솔라가 조달하는 구도다. 자본금을 제외한 자금 80%(약 1200억원)는 전액 엔화대출이다.

남동발전 신성장동력실 관계자는 "연내 착공을 목표로 구체적 금융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100MW 이상의 사업을 추가 개발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모듈 제조사인 에스에너지, 현지기업인 CEF사와 손잡은 중부발전은 일본 서부 간사이지역을 무대로 각각 10MW, 58MW 규모의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부발전의 지분은 40%이며, 착공은 오는 8월이 목표다. 수익률을 좌우하는 일본 정부의 고정매입가격(발전차액)은 양사 모두 kWh당 42엔(한화 약 480원)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현지 EPC사가 시공을 맡고 파이낸싱은 국내 금융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며 "현재 파트너사들과는 세부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고, 국내 금융권과는 여신조건을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에 부푼 이들 발전사들과 달리 태양광 프로젝트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대규모 파이낸싱 성사여부가 불투명하고, 엔화가치 하락에 대한 리스크 헷징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년전보다 20% 이상 떨어진 엔화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더 하락할지도 알길이 없다.

엔화약세는 수익률을 크게 떨어뜨려 사업성 자체를 훼손하는 요인이다.

태양광 컨설팅기업인 A사의 대표는 "현재의 일본엔화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며 "예전에는 환율변동을 헷징할 8년, 10년 선물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5년짜리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환율 문제로 남동발전은 애초 MW당 36억원으로 책정한 사업비를 32억원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수익성이 악화돼 향후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엔화로 짰는데 장기간 환율헷징이 안되고, 엔화가 떨어질 때마다 기대 배당금이 줄어드는 것은 솔직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중부발전도 같은 맥락에서 신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투자비를 회수하는 시점에 환율 변동이 관건"이라면서 "별도의 투자자문사를 선정해 이 부분을 신중히 검토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모든 사업개발이란 게 암초를 하나하나 제거해 가는 과정이며, 장기적으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판단으로 리스크를 짚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컨설팅기업 A사 대표는 "현재 그림에서 국내기업이 엔화를 이용하는 방법은 제조시설 자금대출 말고는 없다고 봐도 된다"면서 "자칫 막대한 손실을 발전사가 떠안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태양광 사업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국내기업의 행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현지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체가 어렵고 해외기업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섣불리 접근했다간 초기투자금만 떼이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업개발 브로커들이 검증안된 사업으로"고정매입가 42엔짜리 수백MW 사업권을 확보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글로벌 태양광기업 캐나디안솔라의 손태규 동아시아 본부장은 "일본은 대기업을 불문하고 EPC업체와 하청업체에까지 현지 라이선스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 국내기업은 파이낸싱을 맡되 기자재만 공급하는식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중국 썬텍파워 부도 이후 일본은 단순히 모듈가격이 싸다고 선호하지 않고 장기보증이 가능한지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면서 "일본 특유의 신중하고 더딘 문화를 감안해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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