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할당목표를 채우지 못한 일부 발전사들이 많게는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이미 예고된 수순인데 막상 ‘압류딱지’를 받아들고 보니 적잖이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발전사 내부 경영사정은 지난 수년간의 전기료 억제와 경영효율화로 어느 때보다 팍팍한 상황이다. 불요불급한 지출마저 마른수건 짜듯 줄여왔다. 이런 때 날아든 고액 청구서라니 집안 분위기가 좋으면 이상할 일이다.

긴급가족회의가 소집된 가운데 ‘사고를 친’ 당사자들의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발전사마다 사정은 제각각이나 한결같은 변명은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구성원들도 ‘올 것이 왔다’는 듯 별다른 이의를 제기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의무사업자 관계자의 눈물겨운 호소다. “왜 노력을 안했겠습니까? 전국 팔도를 훑고 다녔습니다. 뭐 과징금이 무서워 그런 건 아닙니다. 신재생에너지 자원 자체가 부족한데 우리라고 뾰족한 수가 있나요.”

물론 이들의 하소연이 '앓는 소리'는 아니다. 한정된 사업을 선점하려는 발전사간의 물밑경쟁은 이미 과열모드다. 최근 A발전사와 B발전사는 같은 풍력발전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다 의가 상했다. B사가 공들여 정지작업을 해놓은 사업인데, 갑자기 치고 들어온 A사가 상도의도 없이 판을 틀어놨다고 B사는 성토한다.

해당 지자체도 양사로 패가 갈려 설전을 주고받았다는 후문. “풍력발전이 그렇게 돈 되는 사업입니까?” 수화기 너머 지자체 관계자의 반문에 속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올해 RPS 의무공급량(발전량 대비)은 작년보다 0.5%P 늘어난 2.5%다. 올해로 이행시기를 유예한 실적 30%까지 감안하면 내년 평가에 대한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의무이행사들은 오는 2022년까지 10%로 비중을 높여야 한다. 평균 8GW에서 많게는 20GW(한국수력원자력)의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들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만만치 않은 노력과 후속투자가 불가피하다. 지금처럼 자원 탓만 하다간 매년 실적이 더 떨어지고 과징금만 눈덩이로 불릴 공산이 크다.

사실 RPS 과징금은 국고로 환수돼 관련 분야에 재투자된다는 점에서 발전사들의 경영압박 수단 이상이 못된다는 것도 곱씹어볼 문제다. 제도의 본래 목적인 재생에너지 조기 확대를 실현하려면 정부가 이들의 투자비를 어떻게 보전해 줄지 하루빨리 답을 줘야 한다. 지금은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적인 때다.

발전사들도 환경 탓만 하면 곤란하다. 재생에너지 강국인 유럽은 우리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많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라 의지라는 얘기다. 더욱이 RPS는 공기업 RPA(신재생에너지공급협약) 시절인 2007년부터 정부가 분명히 도입을 예고해 온 제도다.

5~6년을 심드렁하게 보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허둥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환경훼손 논란이 거센 조력발전,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둔갑시켜주는 연료전지는 엄밀히 말해 목적에 반하는 이행수단임을 유념해야 한다. 국가 에너지전환의 출발점인 RPS를 '억지춘향'으로 퇴색시키면 곤란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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