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차원 자구책 일환…경영악화 바로미터

[이투뉴스] 운전자들은 주유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주유원을 만난다. 그들의 손짓에 따라 차를 정차하고 주유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주유소에서 만났던 그 많은 주유원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주유원의 평균 나이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왜일까?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가장 큰 요인은 경영악화다. 현재 전국에는 1만 2000여개의 주유소가 영업 중으로, 이들 대부분이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주유소들의 경영난은 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주유소 수와 함께 다양한 요인이 얽히고설킨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난의 요인이 개별 주유소 사장들이 단시간 내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외부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업자로서 손을 놓을 수도 체념할 수도 없다. 결국 선택은 운영비 절감이라는 ‘내부요인’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인건비 줄이려 주유원 정리하고 가족으로 대체 
동대문구에서 20년 가까이 주유소를 운영해온 A 사장은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현재 주유원 3명을 고용하고, 아내와 내가 함께 총을 잡고 있다”며 “그래도 우리는 주변 주유소들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주유원 3명 고용은 주변과 비교할 때 사정이 매우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 주유소의 최고 전성기와 비교하면 규모를 한참 줄였다. 과거 이 주유소는 소장 두 명과 주유원 17명을 고용할만큼 경영이 탄탄했던 주유소였다. 

이 사장은 “1995년 이후 매출액이 눈에 띄게 감소해 고용인원을 상당수 정리했다.”며 “소장 두 명을 차례로 내보내면서 그 자리를 내가 채우고, 주유원수를 줄여나가 지금은 모두 3명이 모든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주유원이 3명까지 줄어들며 부족한 일손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장 부인이 채우고 있다.

◆‘죽어버린 도로’의 주유소…폐업도 힘들어 영업 시늉만
주유원을 줄여 운영하는 주요소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도로가 새로 난 지역의 경우 구도로에 위치한 주유소들에게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신도로가 나면 차량이 그쪽으로 몰려 구도로는 소위 ‘죽어버린 도로’가 된다. 그에 위치한 주유소도 함께 ‘죽는 것’은 필연이다.

전남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B사장은 “전남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와 서남권 물류거점지역, 여수엑스포, 순천정원박람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신도로를 많이 만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 도로에 있는 주유소들의 타격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때문에 주유소 문만 열고 영업을 하는둥마는둥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일찍 문을 닫는 경우도 많고, 아예 문을 닫아 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폐업을 하고 싶어도 토양 복구비가 만만치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휴업했다가 운영했다가를 반복하는 주유소들이 많다며 도시 미관에도 좋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국주유소협회가 집계한 ‘지역별 주유소 현황’에서도 이 같은 상황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전남과 전북 지역은 각각 주유소의 휴업 수(71건, 73건)와 폐업 수(27건, 3건)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주유소의 휴업 수는 424건으로 전남, 전북을 합친 호남지역의 휴업 주유소 수는 전체의 29.4%에 달한다. 이 지역의 영업 주유소가 전국 영업 주유소 수의 6.81%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비율이다. 

◆ 셀프주유소 전환으로 인건비 최소화
셀프주유소로 그 영업형태를 전환하는 주유소들도 확연히 늘었다. 셀프주유소는 2003년 첫 등장 이후 몇 해 동안은 확산속도가 느렸지만, 지난해부터는 폭발적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셀프주유소 수가 1000개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증가 속도다. 지난해 1월 650개에서 1000개를 넘긴 12월까지 일 년여 만에 68.3%가 증가했다. 전체 주유소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4.9%에서 8.3%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수도권에서 셀프주유소를 운영하는 C사장은 “주유원을 두지 않아 인건비를 과감하게 줄이고, 무료로 제공하던 기념품도 없애 운영경비를 최소화함으로써 그 가격만큼 판매가를 낮출 수 있다”며 “개별 주유소가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셀프주유소 숫자만큼 주유원의 일터는 없어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모습은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살아남기 위해 경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주유원을 줄이고, 셀프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주유원 수의 감소는 주유소 경영난이 심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주유원 수의 감소세는 계속될 것이다. 그만큼 주유소 업계의 기상도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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