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더치 셸, 사할린-2 프로젝트 타협안 제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사할린-2’지구 석유ㆍ가스 개발 사업권 장악에 한 발짝 더 다가섬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행정부의 에너지 부문 장악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더 타임스> 등은 12일 동시베리아에 200억달러 짜리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로열더치 셸이 사할린-2 프로젝트에 가즈프롬을 참여시키기 위한 협상에서 새 타협안을 제시한 사실이 가즈프롬에 의해 11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환경부는 그동안 이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로열더치 셸이 환경보호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면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로 인해 로열더치 셸이 일본 기업들과 구성한 컨소시엄 측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는 사할린-2 프로젝트 협상 과정에서 로열더치 셸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모스크바 소식통들은 이와 관련 가즈프롬이 사할린-2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로열더치 셸과 미쓰이, 미쓰비시 3사 간 국제 컨소시엄인 ‘사할린 에너지’의 지분 50% 외에 1주의 주식을 더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할린 에너지의 지분 55%를 확보할 예정이었던 셸의 지분은 이에 따라 향후 25%로 축소되고, 미쓰이와 미쓰비시 지분은 더 큰 비율로 축소될 전망이다.

사할린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을 가즈프롬에 넘기라는 압력은 근년 들어 고조되고 있는 러시아의 국가주의 정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공보수석은 11일 환경 문제는 러시아 기업들이 더 이상 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하였다며 “이제 우리 기업들 자신이 자본과 특정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해 오너가 될 기회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수석은 “이것은 (러시아 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한) 외국 투자가들의 참여 조건을 변화시킨다”면서 “그들은 소유주가 되지 못하고 계약자나 하도급업자가 될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당신들이 러시아 에너지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러시아 자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외국 기업들에 천연자원을 그대로 내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타임스>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이 같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푸틴화(Putinization) 정책’이라고 규정하면서 로열더치 셸로부터 사할린 에너지에 대한 통제권 빼앗으려는 가즈프롬의 노력 외에도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며 그 사례를 들었다.

예컨대 ▲ 국영 석유사 로스네프티 통한 유간스크네프테가스 지분 확보 법안 마련 ▲ 국영 대외무역은행(브네쉬토르그방크)의 에어버스 모회사 EADS 지분 5% 인수 ▲ 우크라이나와의 천연가스 공급가격 분쟁 통한 가스 파이프라인 통제권 확대 ▲ 아르메니아와 가스 분쟁 통한 대(對)이란 가스 파이프라인 통제권 강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러시아는 또 가스 수송관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위해 벨로루시 및 그루지야와 추가 가스 분쟁을 벌이는 한편으로 스토크만을 세계 2대 가스전 개발 사업에 초청하고, 가즈프롬이나 로스네프티를 통해 영국 BP의 러시아 측 파트너인 TNK-BP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국가 스스로 챙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며,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 알제리 등은 한 술 더 떠 국유화나 세금 인상 등을 통해 에너지 부문에 대한 국가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도 에너지를 비롯한 국자의 중요 자원과 시설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을 안보 등을 이유로 노골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영국 신문들의 이러한 대러 비판에는 자국 자본의 이익이라는 관점이 잠복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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