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로 '甲'이라 여기는 산업부-환경부
[기자수첩] 서로 '甲'이라 여기는 산업부-환경부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3.05.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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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계약서에서만 등장하는 ‘갑을관계’에 대한 얘기가 온 사회를 휩쓸고 있다. 한 유제품기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 점주에 했다는 폭언 녹음파일이 다시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여기에 계약직 직원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직장의 신’도 이를 더 증폭시켰다.

이같은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융합행정에 나서겠다고 해 화제다. 배출권거래제를 비롯해 풍력발전 인허가, 석탄화력 증설, 화학물질평가법 등 사사건건 대립을 벌이던 양 부처가 머리를 맞대 오해와 갈등을 풀겠다는 의도다.

사실 산업부와 환경부 간 의견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엔 수출우선정책과 중화학 육성이라는 국정과제를 담당하던 산업부가 환경부를 압도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환경이 무슨 상관이냐’란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일변도 산업정책에 따른 과도한 환경오염 부작용이 부각되고, 국민 역시 웰빙과 친환경에 관심이 갖게 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산업부가 갑, 환경부가 을이던 시절에서 벗어나 양측이 수평적 구도로 변화한 것이 오히려 대립을 촉발시킨 셈이다.

일각에서는 양 부처 간 갈등을 서로 ‘갑’이라 우기는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경제정책의 중심역할을 하는 산업과 에너지를 보유한 산업부가 여전히 환경부를 서열이 낮은 부처로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환경부는 사회적 흐름을 이유로 이제 내가 갑이 됐다며 산업·에너지정책을 통제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로 보는 것이다.

정부 부처는 모두 오랫동안 자신이 갑이라는 생각에 젖어 행정을 펼쳐왔다. 결국 양측 간 이견 역시 내 주장이 옳다는 우월감과 스스로 갑이라 여기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조율과 협의를 통한 해결이 아닌 평행선을 걷게 됐는지 모른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는 산업육성과 환경보호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다고 볼 수도 있다.

과거에도 산업부(당시 산업자원부)와 환경부는 수도권대기질 개선이라는 정책추진 과정에서 서로 양보와 타협하지 못한 채 치열한 경합을 벌인 바 있다. 아무리 해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자원정책국장과 대기보전국장이 서로 자리를 바꿔 근무하는 초유의 실험행정을 벌였다.

지난해에도 홍석우 지경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장관이 두 차례나 오찬을 함께 하며, 국장급 실무협의회를 여는 등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보도자료까지 냈다. 당시 양 부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자세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화평법 제정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 입지규제,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둘러싼 시각차, 6차 전원계획 및 에너지기본계획 등을 놓고 대립과 반목이 여전하다. 심지어 풍력발전 인허가 문제의 경우 양부처가 조정에 실패, 기획재정부가 중재에 나설 정도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도 산업부와 환경부는 ‘융합행정협의회’라는 타이틀 아래 개별부처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약속했다. 더 이상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닌 진정한 소통과 화합 아래 꼬일 대로 꼬인 에너지·환경정책을 풀어나가길 기대해본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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