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원자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실제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에는 납품업체 20개사가 위조 서류로 영광 5·6호기 등에 561개 품목 모두 1만3794개의 위조 부품을 납품해 적발되더니 이번에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적발된 제어 케이블은 원자력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이다. 제어 케이블은 원전에 사고가 나면 비상 냉각시스템을 가동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핵심 부품, 원자력발전소에는 이같은 제어 케이블이 5km에 이르며 사고가 났을 경우 고온과 고압의 환경에서도 작동되어야 한다.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방법도 작년의 가짜 부품사건과는 달리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시험업체가 보내온 실제 시험성적서에서 불합격 부분은 지우고 합격 부분만 남기는 교묘함을 보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원자력안전신문문고’에 제보된 사실을 바탕으로 조사를 벌여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3·4호기 등 원전 6기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설치된 것으로 밝혀내고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을 즉각 중단했다. 신고리 1호기는 정기 정검중이었다.

이처럼 원전 2기가 전격 가동이 중단되면서 이미 정비중인 원전 8기를 포함해 모두 10기가 가동을 멈췄다. 국내에서 가동중인 원전이 23기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정도가 서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목도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대표되는 원자력계의 비리와 부정부패가 어디 까지인지 차마 가늠할수 없음을 개탄하지 않을수 없다. 국내 원자력업계는 그동안 원자력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 현실에서 산업의 동력인 전력을 값싸고 안전하게 생산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높은 긍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안에서는 가짜 부품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쓰이고 특히 안전과 관련된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기 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의 간부들은 아무도 몰랐단 말인가. 나아가서는 2001년 한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대를 이은 최고경영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1만여명에 가까운 인력을 운영하고 5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각종 이권과 돈에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식시킬수 없다. 한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 공기업 민영화의 일환으로 발전산업 분리 원칙에 따라 한전으로부터 분할됐다.

한전의 자회사이지만 다른 5개 발전자회사와는 달리 규모가 컸기 때문에 최고경영자 자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쟁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사장 자리에 오른 역대 최고경영자들은 이제 깊이 반성하고 국민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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