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 칼럼] 2008년 미국의 주택 버블로 인해 발생한 금융위기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이어져, 세계경제는 아직도 휘청거리고 있다. 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금 이제 탄소 버블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탄소 버블이란 현재 화석 연료와 연관된 기업들의 장부상 가치가 사실상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카본트래커(Carbon Tracker)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09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에서 결의한 대로 지구의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막으려면 2011년에서 2050년까지 사용 가능한 화석연료는 CO₂ 기준 565기가 톤에 불과한데 반해, 이용 가능한 매장량은 2795기가 톤으로 이 중 80%는 결국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100대 에너지 기업이 보유한 화석연료는 745기가 톤이고 이 가운데 20%만 사용한다면 596기가 톤은 무용지물이 될 터인데도, 2011년 2월 기준 주식시장에서 이들의 자산 평가액 7.4조 달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고 있어 ‘탄소 버블’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주요 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중 20~30%가 화석연료와 관련돼 있다고 하는데, Glencore 등 새로운 에너지 기업들의 상장이 계속 추진되고 있어 탄소 버블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만약 이 탄소 버블이 터지면 세계 증시의 혼란은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지난 5월 15일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CONSOL사의 주총에서는 ‘AS YOU SOW’ 재단의 주도로 화석연료로 인한 장단기 위험 요소에 대한 투명한 보고와 향후 신규 매장량에 대한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는 주주결의안을 제출하여 20%의 지지를 받았다. 잘 나가는 에너지 기업에서 소수 주주가 제출한 결의안이 이렇게 높은 지지를 받은 일은 예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증시가 탄소 버블로 인한 파국을 막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첫째 투자자들이 이런 구조적인 리스크를 반영하여 투자 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에너지 기업의 경우 탄소 관련 리스크는 과거에 배출한 온실가스에 기인한 것보다는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원과 그로 인한 매출 기회 상실에 기인한 것이 훨씬 더 크고 현실적이기 때문에,  올바른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해 투자자들은 에너지 기업에게 이런 리스크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로는 정부 등 규제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에너지 기업의 탄소 관련 정보의 공시를 의무화하고 탄소 버블의 폭발을 막을 금융 안정화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세계화된 금융 여건을 감안하면 이런 노력은 개별 국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국제적인 공조가 긴밀하게 이루어져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에너지 기업 자신들의 인식 전환과 새로운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늦춰진다고 해서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류가 계속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지구온난화를 이제는 멈추게 하는 범지구적 결단에 기업도 참여해야 한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가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석탄과 석유를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가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상을 지낸 야마니의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석기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은 돌맹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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