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6월 폭염은 기후변화가 강 건너 불같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을 넘기고 당선된 지 6개월이 훌쩍 지나가지만 에너지와 환경,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그림이 희미하다.

만에 하나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세밀하게 업무를 챙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나 방침이 내려지지 않아 엉거주춤하고 있다면 국가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면 박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공부가 끝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된다.

얼마전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새 정부 기후변화정책,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를 대표해서 나온 국장급 고위인사는 본질적인 문제에는 언급을 피한 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당초 전망치를 초과하고 있다면서 부처간 협업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말까지 감축 로드맵을 새로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뒤로 미루는 행태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에너지기본계획 등과 비슷하다. 정권 운영의 골격을 세우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등에는 뭐를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빨리 시장에 알려주어야 할 중요한 정책들이 또 연말까지 연기된다면 그만큼 정책의 진행속도는 더딜 것이고 국민에게는 고스란히 손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공약한 2020년까지 배출예상량(BAU) 대비 20%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은 무효화된 것인가. 아울러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2015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정부가 분명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항간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중구난방이다. 예상배출량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것은 예상배출량을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렸다 할수 있으니 총량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2015년 시행이 마뜩치 않았던 산업계에서는 호기를 맞은 듯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기후변화 협상과 진도를 맞춰가면서 배출권 거래제 실시를 늦추자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2020년 이후로 연기하자고 대놓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좋지 않은 만큼 멀찌감치 미뤄놓고 보자는 것이다.

시민단체만이 기존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어떤 모습으로 가든지 그것은 위정자의 몫이고 이를 수용하는 수준은 국민의 뜻에 달려 있다. 그러나 엉거주춤한 자세로 중요한 정책과제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없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