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진흥회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연구용역 결과
"시장 개방 미루고 혁신기술로 돌파구 마련해야"

장세창 전기산업진흥회 회장이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국내 중전기기 산업이 선진국과는 기술 및 품질 경쟁력에서, 후발 개도국과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넛크래커(nut-cracker)'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 중전기기 제품 개방을 최대한 유예하고, 산업계는 제품·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 토털 솔루션 사업 발굴 등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전기기는 송·배전, 발전, 건설, 철도 등에 납품되는 전선, 변압기, 전동기 등으로 구성되며, 2011년 기준 세계 및 국내시장 규모는 각각 670조원, 27조원이다.

전기·전력 전문 컨설팅사인 와이즈포스터는 18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중전기기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한-중 FTA, GPA(정부조달협정) 양허품목 확대 등의 시장개방을 앞두고 국내 산업계의 대응방안 도출을 위해 전기산업진흥회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6개 대기업이 의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전기기 산업은 기술력에서 앞선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며, ABB나 슈나이더, 지멘스, 도시바 등 10대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국가별 시장점유율은 글로벌 기업을 거느린 선진국들이 75%를 과점한 가운데 한국이 12.0%, 개도국에 속하는 중국과 인도가 각각 10.1%, 4.8%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LS전선, 현대중공업, 대한전선, LS산전, 일진전기 등이 0.9~4.4%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향후 FTA나 GPA 확대에 따른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다.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아직 글로벌 기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가격경쟁력 역시 중국 등 개도국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전기기 업계에 의하면 현재 세계 시장은 선진기업, 한국기업, 중국·인도 기업 등 3각 경쟁구도다.

이중 국내 기업의 제품단가는 선진국 대비 85% 수준이나 65% 수준인 중국보다는 20% 가량 단가가 비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국내 산업 수준은 선진국 대비 90%로 2006년 82%와 비교해선 대폭 향상됐으나 선진국 대비 79% 수준인 중국 등에 추격당하고 있다. 전형적인 '넛크래커' 처지란 얘기다.

와이즈포스터 관계자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아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위기 타개책으로는 FTA 유예와 사업모델·기술 혁신 등이 제시됐다.

한-중 FTA의 경우 비관세장벽, 꽌시 등의 불합리한 입찰조건과 가격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중전기기 제품개방은 최대로 뒤로 미루는 것이 득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한국의 주요시장이었던 중간가격 시장(Middle-Segment)의 경쟁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R&D 및 제품·기술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으로 한단계 도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대형 송·배전 인프라 수주 증가에 따른 토털 솔루션 제공 모델을 확대하고 저개발 국가의 경우 지역적·기후적 특성을 고려한 지역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와이즈포스터 측은 주장했다.

국내 중전기기 산업의 성장을 위한 8대 주요기술로는 ▶신재생에너지 ▶절연재료 ▶스마트그리드 ▶전력효율 ▶전력인프라서비스 ▶전력계통 소프트웨어 ▶해저케이블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이 꼽혔다.

와이즈포스터 관계자는 "핵심기술 확보와 글로벌화 추진, 신시장 개척 등 모든 경영분야에서 핵심역량 확보와 혁신이 필요하며, 특히 빈약한 인력 부분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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