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각료회담 전망…회원국 간 시각차 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4일 소집하는 정례 각료회담을 앞두고 추가 원유감산 단행 여부를 계속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감산 쪽으로 전문가들의 분석이 기울고 있다.

 

지난 10월 소집한 긴급 총회에서 11월1일자로 하루 120만배럴의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한 지 불과 두 달이 채 못돼 OPEC은 생산량을 더 줄일지 여부로 고민 중이다. 이는 10월 합의된 감산분의 절반 가량 밖에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감산을 단행할 경우 OPEC의 신뢰도에 흠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산 이후에도 유가가 확실한 상승세를 나타내지 못한데다 수급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계속 이어지자 OPEC은 이번 각료회담에서 추가 감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석유공사는 13일 ‘OPEC 임시 총회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OPEC은 지난 총회에 이어 이번에도 추가 감산을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또 OPEC의 추가 감산 결정은 이미 동절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수급을 긴축시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에드문드 다우코루 OPEC 의장(나이지리아 석유장관)도 12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에서 취재기자들에게 “전세계 원유재고가 하루 평균 70만배럴 가량 과잉 공급돼 있어 감산이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했다.

 

◆회원국 간 견해차 커=다우코루 의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ㆍ베네수엘라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지만 리비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OPEC 회원국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현재 석유시장 수급은 불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급균형을 위해서는 1억배럴의 재고를 시장에서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킵 켈립 알제리 석유장관도 “추가 감산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공급과잉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젬 바지리-하마네 이란 석유장관은 “대부분의 OPEC 회원국처럼 이란도 배럴당 60달러 이하의 유가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원유 공급 과잉 문제를 고려해 감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쇼크리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은 “현재 국제 유가는 괜찮은 수준”이라며 “OPEC이 이번 회의에서 감산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OPEC의 감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가넴 장관은 “오히려 OPEC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달러 약세”라며 “올 들어 유로화 대비 달러가 11%나 떨어져 OPEC 회원국의 구매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원유 공급이 과잉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만 감산 결정에는 회의적이거나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리 자라 알 사하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60달러 수준의 유가는 적정하며 추가 감산 필요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OPEC이 추가감산을 결정할 경우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총회에서 하루 50만배럴 감산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OPEC 회원국 간의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문가들은 감산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싣고 있다.
석유공사는 “OPEC이 추가 감산 없이 현재의 생산수준을 유지할 경우 올해 4분기와 내년 2분기 재고 급증에 따른 유가하락이 예상된다”며 “따라서 목표 유가 방어를 위해 감산을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의 프레드릭 라세르 원자재 리서치부문 수석도 “OPEC이 이번 회의에서 하루 5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할 것”이라며 “2단계에 걸쳐 100만 배럴을 감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티그룹의 팀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OPEC이 현 상태를 유지하기보다는 감산을 결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나이지리아 회동에서 즉각 추가감산 결정이 내려지기보다는 내년 봄 단행을 위해 ‘준비하자’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센터 포 글로벌 에너지 스터디스 관계자는 “OPEC이 올 겨울을 겨냥해 즉각 공급을 줄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면서 대신 “2월께  추가 감산을 겨냥해 이번 회의에서 그 발판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OPEC 신규 회원국 가입=현재 앙골라ㆍ에쿠아도르ㆍ수단이 OPEC의 신규 회원으로 가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아티야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앙골라가 OPEC의 12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그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OPEC 사무국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총회 당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3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57만배럴이며, 매장량은 202억배럴이 달한다.

 

또한 OPEC은 지난 3년간 내부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해 공식적으로 사무총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번 총회에서 신임 사무총장 선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이란ㆍ쿠웨이트ㆍ리비아ㆍ나이지리아 등이 사무총장직 수행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석유공사는 OPEC이 이번 총회에서 추가 감산을 결정할 경우 이는 동절기 원유 수급을 긴축시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감산합의 실패로 인해 추가 감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는 유락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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