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얼마전 알뜰주유소 사업자들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사업자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들을 토로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물량을 구매할 수 없다" "담당자가 없어 물량구매 전화를 할 때마다 매번 새롭게 설명하고 구매신청을 해야 한다"

정유사들은 24시간 전화로 물량구매가 가능하며, 담당 영업사원이 있어 전화 한통이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결론적으로 알뜰주유소에 대한 배려와 관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날 대화는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편리한 구매와세심한 관리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이를 담당하는 석유공사 직원과 정유사 영업직원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로부터 2주 후, 기자는 사업자들이 말하는 '관리 소홀'이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체감했다. 도심에 위치한 '꿈에 그린 알뜰주유소'가 특별한 사유 없이 한달 반이나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 배경을 취재하면서다.

석유공사 측은 오피넷 가격정보를 통해 알뜰주유소 영업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주유소는 한 달이 넘게 오피넷에 가격정보가 오르지 않았다.

더욱이 취재과정에서 석유공사가 해당 주유소의 영업 중단을 알고 난 후로도 실태파악을 완료하기까지는 열흘이 소요됐다. 기자가 주무부서인 산업부 측의 입장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담당사무관이 석유공사에 해당 주유소의 영업중단 사실을 알리고 사실 파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자 결국 산업부에서 석유공사 담당자에게 직접 해당 주유소를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까지 이르렀다.  

때마침 이 기간 석유공사는 경상도, 전라도, 수도권을 나눠 지역별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을 한데 모아 순회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서 뛰는 사업자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해당 주유소가 포함된 수도권 간담회는 2주 전에 열렸다. 수도권은 지역과 비교해 알뜰주유소 사업자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6월 현재 서울에 등록된 알뜰주유소 수는 해당 주유소를 포함해 11곳에 불과하다. 간담회 개최를 알리며 참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주유소와 석유공사의 접촉방식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사업자 수가 많은 지역은 다를까. 지난주에 여수에서 개최된 석유공사와 전라도지역 알뜰주유소 사업자들과의 간담회에 대한 얘기가 들려왔다. 참석한 사업자 수가 10여명 남짓이라는 것. 

알뜰주유소는 정부가 석유유통시장 개선을 위해 전자상거래, 혼합판매와 함께 3대 정책으로 내세우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제도다. 그만큼 정부 정책의 실질 추진체인 석유공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주유소 사업자의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공무원처럼 일합니다"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조금은 알게 됐는지 뒷맛이 영 씁쓸하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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