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육박 실내온도에 직원들 탈진 증세
업무지원처, 20층만 통풍창 리모델링 추진

▲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사옥 전경. 통풍이 되지 않는 통유리창이어서 찜통 더위가 가중되고 있다.
[이투뉴스]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시책에 따라 냉방기 가동을 전면 중단한 한전(사장 조환익) 본사 사무실에서 한 임산부 직원이 찜통 더위를 견디다 못해 실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한전 사옥을 사용하는 전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임신중인 한전 직원 A씨는 실내온도가 35℃를 넘나드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탈진 증세를 보였고 이내 실신했다.

다행히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안정을 취한 A씨는 곧 의식을 회복했으며,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 본사는 사내 의무실(건강관리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상태가 위중하지 않았던 A씨는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고 곧 업무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동료 여직원들은 냉방기를 전혀 가동하지 않는 사옥관리 부서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사측은 이날 오전 한때 처음으로 냉풍을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관계자는 "이유는 모르지만 갑자기 에어컨이 가동돼 34℃ 안팎이던 실내온도가 30℃까지 내려가 모처럼 살 것 같았다"면서 "얼마 뒤 냉방기 가동은 다시 중단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전 사옥은 창문이 없는 통유리로 건설돼 있어 자연환기가 불가능하며, 상층부를 갈수록 더운 공기가 밀려 올라가 일부 사무실의 경우 낮 한때 최고 36℃까지 실온이 치솟고 있다.

공공기관 냉방 제한온도는 28℃ 이상이다.

한전 사옥 관리부서 관계자는 "외부전원을 사용하지 않고 비상발전기 시험가동 차원에 (냉방기를)잠깐 가동한 것"이라며 "이외에 올여름 들어 냉방을 실시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우 7~8월중엔 전년동월 대비 15%, 전력피크 시간대인 오후 2~5시에는 전년동월보다 20% 이상 전력사용을 줄여야 한다"면서 "예년 사용량도 이미 줄일대로 줄인 상태라 (냉방기를) 다 끄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사옥팀은 사무실에서 온도를 측정하면 너무 높게 나오니까 그나마 온도가 2~3℃가량 낮은 복도에서 측정하고 돌아가는 것 같다"며 "모범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전력수급에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먼저 지쳐 탈진하는 것이 맞는건지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처럼 직원들의 찜통 해소 민원이 빗발치자 한전 측은 사옥 일부층의 창문을 통기가 가능한 하부 여닫이창(프로젝트창)으로 시범 리모델링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무지원처 관계자는 "전면 통풍이 가능한 슬라이딩창으로 교체해달라는 민원이 많지만 고층이라 강풍의 영향도 고려해야 하고 추락사고도 염려돼 하부 일부만 열리는 프로젝트창으로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선 20층만 이달 17일까지 시범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층만 리모델링 할 경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전체 창을 교체하려면 5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내년에 본사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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