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40일 재검토' 파국 치닫나
밀양 송전탑 '40일 재검토' 파국 치닫나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3.07.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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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야당측, 보고서 원천 무효 주장
한전 "국민과 국회 약속 뒤집기" 반발

[이투뉴스]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한 전문가협의체가 우회송전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요지의 최종보고서를 8일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주민·야당 측 위원들이 한전 측 위원들의 정부자료 인용을 문제삼으며 보고서 무효를 주장, 40여일을 끈 양측간 협의체 논의가 물거품 될 위기다.

이와 관련 한전은 "보고서 무효 주장은 협의체 운영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한 국회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며 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는 반면 주민·야당 측은 "최종보고서 작성과정에 '베끼기', '날치기'가 횡행했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국회의 최종안 도출이 난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오는 11일 전체 간담회를 열어 전문가협의체 논의 결과와 협의체 운영기간 연장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양측의 신뢰가 이미 회복될 수 없을만큼 무너진 상태여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후속 협의는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야당 측 위원 보고서 원천 무효 주장 
국회의 중재로 지난 5월말 발족한 전문가협의체는 주민 측이 추천한 전문가 3명과 동수의 한전 측 전문가, 여·야 진영의 위원 3명 등 모두 9명으로 위원단을 꾸려 지난달 5일부터 34일간 6차례의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협의체는 기본절차와 규정을 마련하고 전력거래소 측 계통현황 발표를 청취한 이후 5차 회의부터 주민 측이 '베끼기' 논란을 제기하며 파행을 거듭했다. 주민 측은 한전 측 위원들이 당초 정부·한전 입장과 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해당 위원들의 사과 및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한전 측 위원들이 제시한 한글파일의 보고서가 보고서 작성시점이 이미 작성돼 해당 위원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필'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정부를 통해 제출된 자료중 검증된 표·그림·데이터를 보고서에 인용하는 것은 통념상 허용되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양측은 지난 5일 열린 6차 회의 때까지 이같은 공방을 벌이며 공전을 되풀이했고, 이를 지켜보던 백수현 협의체 위원장(동국대 교수)은 직권으로 회의를 종료한 뒤 8명의 위원에게 이메일로 최종 의견 개진을 주문했다.

이때 여당 추천 인사인 김발호 위원과 주민추천 김영창 위원, 한전 추천 문승일·정태호·장연수 위원 등 5명과 백 위원장은 주민 측이 주장한 우회송전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나머지 주민·야당 측 위원은 '보고서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합의에 반대했다.

급기야 주민·야당 측 위원은 9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고서는 제출 방식 등에 대해 토론과 합의없이 백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고, 향후 보고서 채택 저지와 주민 상경 투쟁 등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협의체 연장 거부 입장을 밝힌 이들은 별도의 '사회적 공론화기구' 구성해 사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또다시 기구를 구성해 재검증 하더라도 반대위측이 원하는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 아니냐"며 제안을 거부했다.

위원 6명 "계통 여건상 우회송전 불가" 결론 
'우회송전 불가' 결론을 내린 6명의 위원들은 향후 신고리 3, 4호기가 발전을 시작할 경우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기존 선로로 송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밀양 송전선 추가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백수현 위원장이 제시한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리 3,4호기를 포함한 고리 발전단지의 생산전력을 8000MW 규모인 반면 현재 설치된 송·변전설비의 전체용량은 1만360MW에 불과하다. 단순계산으론 물리적 송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근 송전선 고장 시 충격을 흡수할 수 없어 최악의 경우 원전 7기가 동시에 탈락되고 전국적인 광역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백 위원장은 "간선노선을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했으나 고장전류가 현행 기술로 차단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해 연결이 불가능하다고 사료된다"며 "다만 향후 기술개발에 따른 설비능력 향상이 있을 경우 가능할수도 있지만 전체 계통측면에서 바람직한지는 매우 의문"이라고 밝혔다.

주민 측이 또다른 대안의 하나로 제시한 송전선 지중화는 제대로 된 토의가 이뤄지지 않은데다 우회송전이 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검토될 사안이어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견도 협의체는 덧붙였다.

백 위원장은 "지중화는 구체적 토의를 거치지 못해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우회송전이 가능함을 전제로 검토될 사항이어서 구체적 검토를 해야할지 의문이며, 지중화를 위해 송전선로 경과지를 변경해야 한다면 다른지역에서 민원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협의체 차원의 판단을 유보했다.

국회 협의체 연장 유도할 듯…조기종결 난망
전문가협의체 발족 당시 양측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주민 및 한전은 향후 국회 상임위에서 보고서 검토 후 제시한 최종안을 수용해야 한다. 일단은 협의체에서 다수 위원이 우회송전 불가 의견을 밝힌만큼 한전의 밀양 송전선로 건설 재개 쪽으로 가닥히 잡힐 공산이 크다.

그러나 상임위는 합의에 따른 중재안 마련을 최선으로 보고 있어 양측에 협의체 운영기간 일정기간 연장을 통한 추가 논의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 내용대로 송전선 건설을 재개할 경우 밀양 주민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는 것도 정치권에선 부담이다.

하지만 '약속을 지켜지지 않는 협의체 운영은 의미가 없다'며 한전이 이를 거부하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려 세울 명분이 없다는 것도 국회 측의 고민거리다. 더욱이 한전은 수출형 원전인 신고리 원전의 상업운전 여부를 지켜보고 있는 UAE 당국의 눈길에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

이래저래 10년 가까이 끌어온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은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주민-한전 모두에 큰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는 시한폭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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