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비정상적 위탁구조에선 책임·효율경영 불가능
“집단에너지는 물론 신재생, 효율, 환경업무 총괄수행”

 

▲ 서울시의회 주관으로 열린 '서울시 집단에너지 위탁운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공사 설립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투뉴스] 서울시 집단에너지 업무 및 신재생 보급사업 등을 총괄 수행하는 가칭 에너지환경공사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다 필요성에도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는 10일 서울시의회 별관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집단에너지사업 위탁운영체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어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에 대한 향후 거취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에너지 전환·자립을 위한 서울시 에너지정책 방향’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비정상적으로 위탁운영되고 있는 집단에너지 업무의 안정성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새로운 정책을 펼치기 위해선 에너지환경공사(가칭)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송 위원은 SH공사 위탁운영에 대해 “투자 자율성 부재와 설비개선 노력의 미비로 인한 효율성 저하, 종사자들의 신분 불안이 겹치면서 중장기적 사업전망의 부재를 낳았다”면서 “주인 없이 10년 넘게 방치된 집단에너지사업을 이대로 둬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즉 열원 생산단가가 높은 서울시 집단에너지사업 개선을 위해선 마곡지구에 200MW 이상의 열병합발전소를 세우는 것을 필두로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생산 및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라도 마곡지구 열병합발전소 투자와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친환경 에너지복지 강화 등 ‘원전하나줄이기’라는 현 서울시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집단에너지사업 만을 위해서라면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신재생 보급 확대와 에너지 저감 및 효율화 정책, 소각장과 물재생센터 자원화 등 에너지와 환경을 아우를 수 있는 에너지환경공사 설립이 더 적합하다”고 못 박았다.

◆한난과 통합보다 독립 공사설립 바람직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서울시 에너지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독립적인 공사를 설립하자는 제안은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좌장을 맡은 서울시의회 김광수 의원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을 정도다.

먼저 조항문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의 다양한 에너지사업을 공무원 조직에서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공사를 만들어 공격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은 높다”면서 “다만 공사 설립과 독립을 위해선 재정자립이 중요한 만큼 기존 낙후된 시설이 아닌 제대로 된 기반시설 확보 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역시 “서울은 에너지생산과 줄이는 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에너지환경공사 설립에 동의하며, 돈 문제(서울시 재정적자)를 이유로 민간부문 개입은 에너지 공공성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 동의했다.

조창우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노조위원장도 “시설이 20년이 넘다보니 설비개선이 필요하다. 열원 구성도 제대로 된 열병합설비가 없어 열전용보일러 위주다. 서울시와 SH공사 사이에 껴서 책임경영이 안되고 효율적인 설비운영도 불가능하다”며 현 위탁운영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집단에너지사업을 통해 시민에게 안정적인 열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신재생, 바이오가스, 소각열, 연료전지, 하수열 등을 통합적,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서울에너지공사 설립을 해야 한다. 마곡지구 열병합발전사업 역시 서울시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에너지공사 설립의견이 쏟아지는데 대해 김용복 서울시 기후변화정책관은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시에서 이뤄지고 있어 사업단이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에 애로가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개선은 필요하다”면서 변화 필요성에는 동의를 표시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공사화라는 방향을 정하기 보다 에너지와 기후변화, 자원순환(소각장과 물재생센터)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는 조직체 구성이나 한난과의 협력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 “공사와 공단 형태 중 어느 것이 적합할 것인지는 물론 단계적으로 추진할지 아니면 동시에 진행할 것인지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공공성과 공익성 확보, 책임경영체제 구축, 에너지 및 환경사업의 통합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에 맞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의회 공사化 앞장, 마곡열병합이 첫발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위탁운영의 부적절성과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사업단 내부의 숙원사업일뿐더러 오세훈 시장 시절에도 ‘서울에너지관리공단’ 설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나오기도 했다.

시는 물론 지역난방 수용가, 시민단체, 집단에너지업계 모두 독립법인화 필요성에 대해선 이미 공감대가 마련됐으나, 정치적 이유로 추진동력을 찾기 어려운 측면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서울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의회가 앞장서 ‘공사 설립’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한층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제 서울지역 집단에너지사업 및 에너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공사 설립 여부는 집행기관인 서울시에게로 공이 넘어갔다. 시 역시 다양한 방안과 가능성을 검토해보겠다며 발을 빼면서도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각장 및 물재생센터까지 넘기기 위해선 한전·가스공사와 같은 ‘공사(公社)’ 형태가 좋은지, 에너지관리공단이나 환경공단처럼 ‘공단(公團)’ 형태가 나은지에 대한 발언도 서울시에서 먼저 나왔다. 공사는 시가 직접 지원이 힘들지만, 공단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 에너지공사 설립은 올 하반기 예정인 마곡지구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재정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사실상 200MW로 정해진 마곡열병합의 투자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한때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부채감축을 강조하면서 민자유치나 3섹터 방식의 투자를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자로 운영중인 9호선의 요금인상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사실상 재정투자 내지 한난과의 공동투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결국 마곡열병합에 서울시가 직접 재정투자에 나섬으로써 독자경영 및 수익개선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에 넘겨주면서 공사 설립의 첫 발을 내디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물론 100% 지분을 확보해 서울시 산하로 둘 것인지, 공공성을 담보하면서도 투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난을 비롯한 민간기업에게 지분을 일부 개방하는 방안 역시 여전히 개연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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