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채 6년 만에 54조원 증가…유동성 관리 시급
한전·가스공사·석유공사 등 5곳 단기지급능력 최악

국내 주요 에너지공기업의 금융부채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 국가차원에서 부채 및 유동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상당수 에너지공기업이 한 해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만기도래 부채를 20%도 갚지 못할 정도로 단기지급능력이 악화되는 등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예산정책처(처장 국경복)는 10일 ‘2012년도 공공기관 결산 평가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법과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기관(295개) 부채는 493조40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4조4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부채 443조7000억원에 비해 11.2% 더 많은 수치다.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부채를 뛰어 넘은 것은 2010년부터로, 매년 그 차이가 커지고 있다.

특히  SOC관련 공기업,  에너지 관련 공기업,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들의 금융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끌어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LH공사 등 SOC 관련 공기업 금융부채는  2006년  57조4000억원에서  2012년 말에는 148조1000억원으로  91조원 가깝게 증가했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9곳) 역시 2006년 28조4000억원에 불과하던 금융부채가 200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2년 말에는 83조4000원까지 확대됐다. 이는 6년 만에 무려 55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자본금 확충이나 자체 이익금으로 투자비를 충당하기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마구 돈을 빌려 쓴 결과다.

실제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는 2008년 이후 자원개발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대부분 빚으로 조달하면서, 자원개발부문 금융부채만 2006년 1조8000억원에서 2012년 12조4000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에너지공기업 중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한 곳으로 한전을 비롯해 가스공사,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등 5곳을 지목했다. 이들이 한 해 영업활동 등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은 1조6753억원인 반면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상환부채는 14조4493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해 이자비용만 한전이 1조6036억원, 가스공사 1조278억원, 석유공사 3582억원, 광물공사 417억원, 석탄공사 538억원 등 3조851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과 현금성 자산으로는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자와 벌어들이는 금액의 차이는 한전이 -1조1455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가스공사가 -6694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국회는 이들 공공기관의 부실한 단기지급능력 회복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현재와 같이 자체 신용보다는 출자자인 국가를 배경으로 한 자금조달로 인해 급증한 금융부채는 예측치 못한 위기요소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관별 평가에서는 가스공사에 철저한 환위험 관리와 해외사업 투자비 관리를 주문했다. 투자비 과소추계와 환율관리 소홀로 인해 호주 GLNG사업 투자비가 당초 25억5700만달러에서 38억5100만달러로 증가, 순현재가치가 마이너스 7억6000만달러로 경제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또 국회는 현재 정부가 자원개발사업의 성과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자주개발률이 국내 가격안정 효과가 없고,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도 부적절한 만큼 확보가채매장량이나 수익성 지표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시정을 요청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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