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는 홍길동 조직이다. 아버지가 있어도 아버지라 못 부르고 있다. 입사 20년 동안 SH공사 사장 얼굴 한 번 못 봤다. 입사 때부터 ‘우리 조직이 어떻게 변한다더라’는 말만 무성했지, 여전히 그대로다”

조창우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노조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시의회가 개최한 서울시 집단에너지사업 위탁운영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사업단의 현 상황을 이렇게 토로했다. 거의 모든 정책결정은 서울시가 직접 맡고, 조직은 SH공사의 몸을 빌려 쓰는 고충이 여실히 드러난다.

서울시 집단에너지사업은 무려 30년 동안 에관공에서 서울도시가스, 다시 SH공사로 옮겨 다니는 ‘셋방살이 경영’으로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난방을 원하는 시민이 늘면서 발생하는 소각열과 열병합발전 폐열보다 더 많은 공급에 나서 안정적 공급구조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목동열병합 역시 소용량 인데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 경제성이 형편없는 수준이다. 경제성있는 열원을 확보하지 못해 열전용보일러 가동비율이 전국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상적이면 열요금도 높아야 한다. 하지만 시가 한난 요금과 맞추기로 결정해 버렸다.

최근엔 부가가치세 부과대상 여부를 놓고 말썽까지 빚고 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7년 동안 내지 않은 2231억원의 부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면세사업자가 맞지만, 사업단의 경우 SH공사에 위탁을 준만큼 과세사업자라는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서울시와 사업단은 집단에너지사업의 모든 정책결정과 집행을 시가 주도하는 만큼 과세대상 아니라고 주장하며, 불복절차를 거쳐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다행히 소비자 요금에는 별 영향이 없다지만, 어정쩡한 두 집 살림에 대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노원구 주민대표가 “그동안 열요금 문제로 SH공사와 자주 싸우는 등 적대적 관계였으나, 층층시하 중 제일 하부조직으로 그 어느 것도 결정을 못 하더라”면서 “아무런 힘도 없는 그들을 보고 이제는 도와주기로 했다”고 역성을 들기도 했다.

이처럼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의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일단 서울시의회는 에너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에너지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며 이를 공론화했다. 공사 설립 필요성에 대해 사업단은 물론 주민, 시민단체 등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정책 결정권자인 서울시 역시 집단에너지사업의 위상 변경과 조직 재편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실행방안을 두고 공사 또는 공단으로 독립시킬 것인지, 아니면 지역난방공사로 넘길지 주판알을 굴리고 있다. 직접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투자비 조달 등 정치적 결단만 남은 듯하다.

모든 이해당사자와 서울시까지 비정상적인 집단에너지사업 위탁운영 문제를 알고 있다면 이제 해법 실행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지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잃어버린 30년과 이로 인한 시민의 불편이 또다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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