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기후변화 액션플랜’을 발표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타운대 연설을 통해 발전소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강화함은 물론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국제공조를 주도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특히 미래 세대에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석탄을 원료로 하는 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두번째 임기의 최우선 과제로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보호청(EPA)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년 6월까지 제출토록 하고 그 뒤 1년 안에 최종안을 확정하도록 조치했다. 오바마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기준 17% 줄이고 글로벌 협상 무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액션플랜이 노리고 있는 핵심은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싼 각종 표준과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자동차는 물론이고 가전제품과 건설자재, 사회간접자본 등에 관한 표준을 마련하고 이에 상응하는 기술을 미국이 미리 확보함으로써 세계 각국에 이를 수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후변화 액션플랜을 성공시키기 위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과 양자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의 나름대로 업적을 기후변화 대응책이라고 정한 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앞서 중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른 현안을 뒤로 미룬 채 기후변화 대책에 대해 우선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이런 움직임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기후변화 협상이 급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등에서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로 교착상태를 면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고 중국도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온실가스 감축문제는 이제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더욱이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기술과 각종 표준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국제무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2020년까지 배출예상치(BAU) 기준 온실가스 감축량을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박근혜정부들어 강도가 약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산업계는 국내외 경제의 침체와 글로벌 협상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치고나갈 이유가 없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등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새 정책으로 이런 움직임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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