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산업계 조찬 강연서 건설사 지입자재 거론
정부 겨냥 "비리 끊으면 안전성 유지 착각" 쓴소리

[이투뉴스] 원전 부품·시험성적서 위조사건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수조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원전 건설단계에서 건설사가 직접 구매·반입한 지입자재에서 유사비리가 적발될 경우 사태가 가동원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규제기관 최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사진>은 16일 원자력산업회의 주최로 열린 한 조찬강연회에서 "가동중 원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건설사들이 원전을 지으면서 자체 조달한 지입자재 때문"이라며 "(건설사들이)10년 이상 자료를 보관하지 않아 조사에 많은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이같이 시사했다.

원안위는 앞서 지난 5월말 시험성적서 비리가 터지자 가동중인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를 정지시키고, 이미 정비를 받던 신고리 1호기와 운영허가 대기중이던 신월성 2호기도 전면조사를 벌여 부품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원전의 지입자재에서 새로 시험성적서 위조 등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나머지 원전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고, 이럴 경우 가동원전의 재가동도 상당기간 추가 지연될 수 있다. 당초 원전당국은 2~3개월내 부품교체를 완료해 하계 전력피크를 넘긴다는 계획이었다.

이 위원장은 "가동중 원전중 정비가 예정된 원전을 먼저보고 나머지 발전소는 순서대로 갈 것인데, 마침 신월성 2호기가 지입자재 부분을 확인하기 적격이라 100%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면서 "만일 신월성 2호기가 문제 없으면 신고리 1,2호기도 괜찮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다행히 지금까지는 경미한 사안 2건 외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내가 약속했던 시간을 못지키더라도 조만간 비상조직을 정리하고 원래 담당부서가 시간을 두고 철저히 검증하는 형태로 가려고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비리 발본색원과 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의 개선대책에 대해선 "비리와 안전성 문제를 같은 범주에 놓고 해결하려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이 위원장은 "비리의 고리를 끊으면 안전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안전성을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경우 근본 해결책은 전선회사가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인데 자꾸 그 다음 문제만 건들다보니 근본적 해결책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원전의 전체적 품질 성능은 굉장히 높은 수준인데 그런 전선부품 때문에 완전히 인식이 나빠졌다. 좋은 것은 인정해주고 잘못된 것은 국산화가 문제인지, 기술문제인지 원인을 찾아 그걸 해결해주는 게 진정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규제당국에 대한 불신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강화로 개선해 나갈 방침임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석달간 현장을 다니면서 놀란 점이 원안위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위원회 통과 뒤 알려줬는데 앞으로는 의결 한달전에 시간여유를 두고 정보를 사전 공개해 지역주민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제도가 시행되면 지금보다 의결이 한달 가량 더 지연되고, 경우에 따라선 그 이상까지 지체될 수 있어 일하는 입장에선 어려움이 더할 수 있다"며 산업계의 사전 대응을 주문했다.

위원회 소관 모든 규제업무와 처리과정은 낱낱히 공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발언록 공개와 화상회의 공개, 의결 참관까지도 허용하고 보고서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원안위의 규제대상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좀 더 앞단계로 공급자까지 확대하고 원전 전주기적 검사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원안위는 모든 부품에 대한 전산화 추적관리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원안위 지역사무소 형태의 조직 신설을 통해 현장소통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최근 '원전 마피아'란 신조어가 정부 내부서도 통용되는 상황을 거론하며 "원자력계가 그렇게 비춰진다는 것이 안타깝다. 저도 (마피아의)단원이 돼 있더라"면서 "특히 운전하시는 분들이 걱정인데, 과거 비리 때문에 현재의 안전을 해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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