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요즘 서울시 권역 도시가스사 공급비용 담당자들의 속은 새까맣다. 서울시가 도시가스공급비용 조정을 놓고 연구기관 용역과는 별개의 행정을 펼치는 듯한 분위기가 짙기 때문이다.

지방권이 전문연구기관이 수행한 용역을 바탕으로 적정한 협의를 거쳐 잇따라 공급비용 조정 결과를 공표하는 것과 대비된다. 같은 수도권에서도 가닥을 잡은 경기도나 인천시와 다르다.

하지만 요금 승인이라는 칼자루를 잡고 있는 ‘갑’이니 불만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표정관리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공급비용은 1년 농사라 불릴 만큼 도시가스사 수익의 근간이다. 각 시·도는 매년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이를 바탕으로 공급비용을 조정한다. 정부는 공급비용 산정기준 지침으로 요금 승인권자가 매년 7월 1일까지 이를 확정·적용할 것을 명시해놓고 있다.

올해 서울시 공급비용은 지난해 미정산분 반영과 함께 판매량 증가세 둔화, 사회적배려자 요금 추가인하분, 전입세대의 가스레인지 연결비 폐지 등 인상 요인이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용역 결과 공급비용 인상폭은 ㎥당 2.87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미 반영을 약속한 2011년 보상분을 포함한 지난해 미인상분 1.62원에 여러 요인이 더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2011년 보상분은 당해연도 공급비용 조정 시 인하요인을 높이기 위해 익년도 판매물량을 상향 책정했으나, 실제 판매물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보상하게 된 비용이다.

관건은 이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반영해주느냐다. 매년 공급비용 조정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에도 7월에 최종 방안이 결정돼 물가심의위원회를 열어 상정안을 논의키로 합의됐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올해도 실무적인 정리는 끝났으나, 윗선(?)에서의 최종 지침이 정해지지 않아 진척이 없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일각에선 자칫 정치적인 선택으로 ‘동결’시키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터져 나온다.

“이러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날까 걱정스럽습니다. 칼자루는 그쪽이 쥐고 있으니까요. 시스템으로 이뤄져야 할 행정에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면 원칙은 없어질 수밖에 없죠. 관례처럼 될까봐 큰일입니다”

서울시 행정을 지켜보는 도시가스사 담당자들의 우려다.

공급사를 두둔하는 게 아니다. 행정에 대한 신뢰와 시스템 부재가 안타깝다는 얘기다. 원칙에 근거한 효율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제때, 제대로 비용반영이 되지 않아 공급사가 그만큼의 경영 부담을 떠안을 경우, 이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적정한 고객서비스나 안전·안정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공익적인 측면을 앞세워 ‘서비스 질을 높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투자를 근본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매년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는 서울시의 도시가스공급비용 조정이지만 올해가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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