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비우호적 사업여건에 내부검토 전면중단
신규사업 수주로 역량 키워 '권토중래' 노릴 듯

[이투뉴스] 민간자본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진출까지 꿈꿨던 대기업들이 대내외 비우호적 사업여건을 이유로 이같은 야심을 일단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들은 원전사업 민간참여 논의가 향후 어떤 형태로든 재개될 것으로 내다 보고, 이에 대비해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꾸준한 내부 역량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올초 확정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민자원전 건설의향서를 제출했거나 검토했던 기업은 포스코건설과 삼성물산 등 2개사다.

포스코는 작년 하반기에 삼척에 140만kW급 원전 2기를 짓겠다는 계획을 제출했고, 이보다 1~2년 앞서 민자사업을 검토해 온 삼성은 마지막까지 의향서 제출을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속내를 내비치지 않았던 삼성의 행보는 업계의 비상한 관심사였다. 다수의 국내 원전 시공경험을 보유한데다 지난해 원전설계 자격인증(KEPIC)까지 획득하며 EPC진출을 엿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의 이같은 야심은 오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정부는 6차 전원계획을 확정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삼척·영덕 4기 건설계획을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이후로 유보하고, 포스코건설의 민자원전 의향서는 아예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삼성은 후쿠시마 사고에 이어 포스코의 선제 대응이 수세에 몰리자 프로젝트 철회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삼성물산도 의향서라도 내보려 했지만 시기상조란 의견이 많았고, 지금 하고 있는 시공사업이나 향후 수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 고위 관계자도 "그때 포스코가 정부로부터 엄청 압박을 당하지 않았냐"면서 "가뜩이나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여론이 좋지 않아 그럴만한 분위기가 못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관심은 많았고 검토도 했지만 요즘처럼 원전이 사고나는 걸 보면 민자원전은 건설이 접근할 성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부연했다.

민자원전을 향한 이들의 첫 도전이 좌절되면서 현재 해당기업들은 관련 태스크포스팀을 해체하고 기존 시공사업과 신규사업 수주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민자원전은 시기상조란 판단에 따라 현재는 관련 검토를 중단한 상태"라면서 "당장은 신고리 5,6호기 입찰 수주에 주력해 참여기업으로 실적을 쌓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 2년내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여건이 조성되면 지분참여 형태의 사업참여는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실패했지만 첫 의향서 제출에 의미를 둬 달라"고 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정부의 민자원전 개방 가능성을 좀 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원전사업부 관계자는 "국민수용성을 봤을 때 어느 민간이 나선다해도 환영받지는 못할 것 같다. 뜻을 접은지 꽤 됐고, 모르긴 해도 우리 세대엔 힘들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민자참여가 활발한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원전 안전성은 규제기관 관리·감독 여부에 달려 있지 민간이 하든, 공기업이 하든 차이는 없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처럼 원전 개방논의가 원점으로 돌아선 가운데 최근에는 옛 지식경제부가 2011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민자원전 타당성 연구용역을 실시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제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원전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간참여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민자원전이 한수원의 재무문제 해결과 전력시장 공정경쟁 측면에서 검토가치가 있다고 봤다.

에경연은 원전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함으로써 한수원 자금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민자원전 추진시 지자체나 지역주민 참여가 실현된다면 원전 주변지역의 수용성이 크게 제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 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전과의 효율성 경쟁으로 원자력 발전의 수익성 제고가 기대되며, 자연스러운 건설·운영기술 이전으로 민간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촉진될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민간의 경제논리가 안전성에 우선할 가능성 ▶가격수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적기준공 차질 ▶원전사업자와 다른 전원 사업자간의 결탁·담함에 의한 시장교란 등은 우려사항으로 꼽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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