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발등의 불만 끌 때가 아니다
전력수급, 발등의 불만 끌 때가 아니다
  • 이창호
  • 승인 2013.07.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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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 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이투뉴스 / 칼럼] 전기가 너무 부족해서 어떻게든 발전소를 짓고 공장을 돌려야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원자력, 석탄, 가스의 표준형 발전소가 속속 건설되고 운전의 효율성을 자랑하던 게 바로 얼마 전이다. 몇 해 전부터 예상치 않게 전력소비가 급증하고 미처 이를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력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서둘러 신규발전소를 늘려 잡고 짓고 있으나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엎친 데 덮친다고 잘 돌아갈 줄만 알았던 원자력마저 셋 중 하나가 멈춰서있으니, 수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벌써 수년째 ‘전력난’이니, ‘수급비상’이란 말이 되풀이되고 있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하루걸러 ‘관심’이나 ‘주의’란 말이 전파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급력을 확보하고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력수급이 이렇게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원인과 진단이 제시되지만 근본적인 대안보다는 논의에 머무는 것 같다. 설사 좋은 대안을 내놓은들 지금의 시급한 상황에서 한가한 소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단기적인 대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가 있을 리 없고, 결국은 정부나 전력회사의 행정력에 의존하거나 국민에게 절전을 호소하는 방식을 되풀이할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전력산업 목표는 산업체 등에 양질의 전기를 가능한 저렴하게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바닷가 한적한 곳에 대규모 발전단지를 짓고 수요지까지 대량수송(송전)하는 공급시스템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비용과 공급측면에서 유리한 초대형 원자력 및 화력발전단지와 초고압송전망을 통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공급력을 확보하는 공급중심의 패러다임이라 하겠다. 따라서 얼마만큼 충분한 공급설비를 갖추어야하나, 전원간의 배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송전선로를 어디에 얼마만큼 확장할 것인지가 주된 고민이었다. 다시 말해 공급자 중심, 대규모 전원개발 중심, 효율 중심의 틀에서 한 발짝도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전력사업자들은 이 익숙한 확대지향적인 방식을 계속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력산업의 생태계는 이미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따른 환경문제, 원자력의 안전성문제, 송전선로 포화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공급을 위해 에너지절약, 수요관리, 신재생에너지, 분산자원, 스마트그리드 등 다양한 해법과 기술이 제시되고 있다. 전력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전력공급을 집중하여 획일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러한 공급중심의 사고로 인해 우리나라는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자가발전은 비중이 매우 낮다. 여기에는 자기가 생산한 전기는 비싸게 팔고, 필요한 전기는 싸게 사서 쓸 수 있는 이상한 전기요금과 도매가격이 한몫을 하고 있다. 하나의 예이지만,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시스템과 판단기준이 지금의 전력산업을 움직이고 있다.

과거의 기준이 산업화과정에서 부족한 동력을 효과적, 경제적으로 확보하는 수단으로는 적절했을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다원화, 분권화된 사회구조에서는 맞지 않는 구조이다. 이러한 방식이 앞으로 30년 50년 이후에도 계속 가능할 것인지를 이제 심각하게 생각해보야야 한다. 에너지 특히 전력의 공급구조가 2000년대 이후 화석연료나 원자력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나 분산자원으로 다원화내지 전환되고 있는 것은 비단 일부 선진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우리도 2000년대 들어 ‘발전차액지원제도’나 ‘RPS’를 통해 신재생발전의 보급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력공급구조와 방식의 변화는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져버린 전력을 둘러싼 에너지생태계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전력에 있어서 바야흐로 분산시스템에 토대를 둔 프로슈머의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력수급은 생산자 즉 전력회사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을 건설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공급자 중심‘의 구조였다. 그러나 환경문제, 기술진보, 경제성 등 새로운 에너지생태계에서 더 이상 대량생산, 대량수송의 공급일변도 방식에만 의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공급코스트가 전원선택이나 공급방법을 결정하던 과거의 잣대가 맞지 않는 환경이다. 아울러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적 경제적 토대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과거의 장애물들이 점차 극복되고 있다.

이제 우리 전력시스템도 대규모 집중시스템에서 분산시스템으로, 원자력과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전원으로 그리고 공급자원 중심에서 수요자원으로 전환 병행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이는 단순한 구호나 실체가 없는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RPS처럼 마일스톤과 정량적인 목표를 정하고 정책수단을 구체화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난마처럼 얽힌 전력수급의 문제는 이제 새로운 접근과 틀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 시급한 현안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와 아울러 좀 더 긴 안목에서 국가 미래에너지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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