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소비처에 공급해줄 밀양 송전탑 공사가 한없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 5월 주민들과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고 40일간 연구와 검토를 거쳐 중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협의체의 권고안 마련 과정을 둘러싸고 한국전력측과 주민측이 파열음을 내면서 국회도 뾰족한 권고안을 내지 못하고 두손두발을 모두 들었다.

전문가 협의체는 한전측이 추천한 3명과 주민측이 추천한 3명,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위원장을 뽑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한명씩 추천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전문가 협의체는 공사를 중단한 채 40일간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우회송전이나 지중화가 현실적으로 또한 기술적으로 어렵다는데 다수가 동의했다. 즉 9명중 한전측 3명과 주민측 한명, 위원장과 여당측 위원 등 6명이 사실상 공사재개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것이다.

당초 주민들의 요구와 국회의 중재에 따라 구성된 전문가 협의체의 권고안을 주민들도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있었으나 주민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약속을 파기했고 국회도 똑부러지는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은 정부가 나서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타협점 모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장관은 매 주말이면 밀양에 머무르면서 주민들과 스킨십을 다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사실상 2008년 8월 공사에 착수했으나 이명박 정부 당시의 미적지근한 대응은 물론 한전이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서 너무 많은 세월을 허송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송전탑 공사 문제는 단순한 지역갈등 차원을 넘어서 원자력 반대 움직임까지 가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들은 밀양 주민들뿐아니라 원전을 반대하는 전국의 시민단체 등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 140만kW를 운반할 ‘신고리-북경남 고압송전선’ 건설사업은 송전탑 161기 중 109기는 이미 세워졌다. 밀양시의 일부 구간을 통과하는 52기가 중단된 상태로 완공하기 위해서는 8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고리 3호기는 연말이면 완공될 예정이어서 9월부터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넉달간은 가동할 수 없는 형편이다.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해 LNG 등으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하루 47억원의 비용이 더 소요되고 두달간 가동이 되지 못하면 무려 2800억원이 날아가게 되어 있다. 밀양 주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국가의 대규모 국책사업이 지역주민들의 발목잡기에 걸려 수천억원을 날린다면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다시한번 이해당사자들이 한발짝씩 물러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합의점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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