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10가지 위대한 착상들

책소개
갈릴레오는 과학 탐구가 종교나 철학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오롯한 하나의 학문으로서 과학 스스로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검증되지 않은 권위를 부정하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유추해내는 방법을 사용한 갈릴레오는 현대 과학의 모든 분야에 흔적을 남겼다.

저자인 피터 앳킨스는 이 책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갈릴레오의 상징적인 손가락을 찬미하고 있다. 앳킨스는 이 책에서 현대 과학이 도달한 빛나는 성과와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한 10가지 위대한 착상을 선정하고, 그러한 착상이 출현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과학사적 의의, 그리고 착상의 근본 아이디어에 대한 상세한 과학적 설명을 통해, 그것이 인류의 역사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지를 손에 잡힐 듯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 및 역자 소개 
저자 : 피터 앳킨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화학 교수이자 링컨 칼리지 특별 연구원으로 물리화학을 강의하고 있다. 레스터 대학교를 졸업한 뒤, 인류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의학자 및 각국의 과학자들에게 수여하는 미국의 <하크니스 장학금>을 받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전문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1965년부터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69년에는 32세 미만의 젊은 화학자들 가운데 장래가 촉망되는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멜도라 메달>을 영국왕립화학협회로부터 받았다. IUPAC(국제순수ㆍ응용화학협회)의 물리화학분과위원이자 화학교수법 연구위원으로 있다. 물질계 가운데서 특별히 복잡한 개념들을 명료하고도 인상적으로 설명하는 탁월한 재능을 소유한 앳킨스는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화학 교과서를 여러 권 집필했는데, 이십년 이상이 흐른 현재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다. 

 
역자 : 이한음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됐으며, 현재 전문 과학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과학소설집『신이 되고싶은 컴퓨터』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해변의 과학자들』『인간 본성에 대하여』『핀치의 부리』등이 있다. 
 

목차보기   
서론 이해의 출현
제1장 진화 - 복잡성의 출현
제2장 DNA - 생물학의 정립
제3장 에너지 - 회계의 보편화
제4장 엔트로피 - 변화의 근원
제5장 원자 - 물질의 환원
제6장 대칭성 - 아름다움의 정량화
제7장 양자 - 이해의 단순화
제8장 우주론 - 현실의 세계화
제9장 시공간 - 활동의 무대
제10장 산술 - 이성의 한계
맺음말 이해의 미래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책속으로 
“과학을 다룬 글을 읽을 때 가장 흡족한 ‘유레카!’가 찾아오는 때는, 스페인의 탐험가 코르테스가 대양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보았을 때처럼,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현상들 사이의 연관 관계를 깨닫는 순간이다. 나는 점점 더 추상화를 거치며, 마침내 연관성을 깨달아 장엄할 정도로 흡족한 기쁨을 경험할 수 있는 곳까지, 과학이라는 드높은 산등성이를 계속 올라가고자 한다.” --- 서론중에서
 

출판사 리뷰   
현대 과학을 이룩한 10가지 위대한 착상

이러한 앳킨스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갈릴레오의 손가락』은 크게는 생물학, 물리학, 화학, 우주론, 수학의 다섯 분야를 다루고 있다. 먼저 생물학을 다루는 제1장 〈진화〉는 다윈과 그의 선언 “진화는 자연선택을 통해 이루어진다”를 중심으로, 창조론을 거부하고 구체적 근거와 관찰의 결과를 토대로 결론에 도달해가는 진화론의 탄생 과정을 보여준다. 제2장 〈DNA〉는 멘델이 완두콩 실험을 통해 발견한 사실, “유전은 DNA에 암호로 담겨 있다”는 것으로부터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에 이르기까지 DNA를 둘러싼 과학자들 사이의 진실 공방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다음으로 제3장 〈에너지〉, 제4장 〈엔트로피〉, 제5장 〈원자〉는 현대 물리학의 출현에 지대한 공헌을 한 화학으로부터 화학물리학이라는 분야의 탄생이 필연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저자인 앳킨스가 특히 저명한 화학물리학자여 그런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각기 독립된 과학 분야로 연구되던 화학과 물리학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 것은 두 분야가 각각의 성취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뉴턴의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부터 다양하게 변화하는 에너지 형태들에 대한 탐구,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된 엔트로피의 법칙은 물리학이 화학에 영향을 미친 과정을 보여준다. 반대로 오랫동안 화학자들의 영역이었던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 연구가 양자론(제7장)으로, 더 나아가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제9장)을 거쳐, 우주론(제8장)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 또한 다이내믹하다. 여기서 우리는 왜 현대 과학이 점점 더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지식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각각의 세부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지를 명확히 깨닫게 된다.
또한 앳킨스는 화학자이자 교수이기 전에 과학자로서, 수학의 의의와 가치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수학의 언어를 일상어로 자유자재로 번역해낸다. 그는 현대 수학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던 군론과 알고리즘으로부터, 궤도함수와 쿨롱 에너지가 원자-핵-전자의 관계와 특성을 파악해내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면서 입자물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설명한다(제6장 대칭성).
사실 현대 과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대단히 어려우며, 그것은 대부분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고도로 복잡한 수학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숫자와 계산 결과와 데이터로 모든 것을 말한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더 난해한 수학을 사용할수록 일반인은 과학에서 더욱 멀어진다. 하지만 앳킨스는 일반 독자들의 이러한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서문에서부터 미리 조언한다. 이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냥 건너뛰고 읽으라고, 그리고 굳이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고 말이다. 독자로서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지식에 질리지 않고도 이 책에서 다루는 방대한 과학 세계에 접근하는 아주 요긴한 방법을 미리 손에 쥐고 시작하는 셈이다.

 

통찰과 위트의 교차, 문학적 기법의 과학이론서

수학은 대단히 오묘한 학문이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산술의 세계에서부터 대단히 근본적이고 존재론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유의 근간을 이루는 사고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수학은 과학이자 과학 이전 혹은 이후의 무엇이며, 인간이 다루는 모든 언어 가운데 가장 명징한 언어다. 그래서 과학은 수학의 토대 위에서 성립되었고, 수학이 발전하는 만큼 과학의 영토도 넓어져왔다. 앳킨스는 이러한 수학의 특별한 지위를 이해하는 과학자로서 산술의 모순성을 곧 “이성의 한계”라고 칭한다(제10장 산술).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에게 이것은 매우 시적인 하나의 비유처럼 보이지만, 수학의 세계에서는 숱한 증명과 가설과 반증의 드라마를 통해서 진화해온 과학적 사실이다.
『갈릴레오의 손가락』은 앳킨스라는 한 사람의 과학자가 쓸 수 있는 과학서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난해한 공식들과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과학 설명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수많은 과학자의 이름들과 과학 용어들, 기호들, 부호들에 치여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현대 과학에 등장하는 거의 대부분의 중요한 사실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그것이 왜 “위대한” 착상이었는가를 다양한 자료와 실험 결과와 수치들을 통해 보여준다. 이쯤 되면 비전문가는 물론이거니와, 과학에 막 입문한 초심자들조차 자기 분야를 넘어선 이론이나 과학 설명에는 꽤나 당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을 가리켜 “과학 분야의 노벨 문학상감”이라고 말한 까닭은 다른 데 있는 듯하다. 박식한 완벽주의자답게 앳킨스는 치밀한 구성과 논리로 과학책을 써 나가면서 곳곳에서 그의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구절들을 독자에게 선사하는데, 그것이 대부분 깜짝 놀랄 만큼 위트가 넘친다. 가령, 지상 최대의 게으름뱅이인 유령멍게의 특성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유생 시절에는 사냥을 하므로 뇌가 필요하지만 착상을 하고 나면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므로 자기 뇌를 먹어치우는 유령멍게를 보고 그는 이렇게 한마디한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므로, 더 이상 뇌가 필요 없어지면 아예 먹어서 없애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또 DNA의 복제 암호를 연구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과연 자연은 얼마나 우아하고 경제적인 암호를 통해 복제를 완성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결과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DNA의 90퍼센트가 정크, 즉 쓸모없는 쓰레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암호 해독의 틀이라는 것조차 무의미할 만큼 단순한 암호를 진화시켰는데, 이러한 사실은 암호 해독가들을 약 오르게는 하지만, 다양한 변이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질 수 있었다는 점을 꼬집는다. 또 다른 예로, 이 세계가 꼬이고 접히고 말려 있는 10차원의 공간과 시간이 합해져 이루어진 11차원의 세계임을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까닭은, 개미가 2차원 이상을 지각하지 못하듯이, 우리의 지각 능력도 3차원 이상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니컬한 농담 같기도 하고, 왠지 한방 먹은 듯 씁쓸하기도 한 그의 통찰은 대부분 실컷 논리정연하게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다가 갑자기 생뚱맞은 결론에 도달하면서 그 빛을 발한다. 앳킨스의 목표는 과학이 이 세계의 진실에 이르는 하나의 중요한 통로라는 사실을 깨닫고 또 알리는 것이다. 그는 충분한 과학적 지식과 이해가 밑바탕이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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